물가상승·인건비부담, 하자 원인으로 꼽혀
전북 무안군 A아파트는 1차 사전점검에서 5만건 이상의 크고 작은 하자가 보고됐다. 경북 경산 B아파트는 천장에서 물이 새고 외벽이 갈라져 있는 것도 모자라 인분까지 발견됐다.
대구의 C아파트에서는 6만건 이상의 하자로 입주민들의 항의집회가 열렸다. 충남 당진의 D아파트는 천장 마감재에서 곰팡이가 발견되면서 당진시가 시공사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다.
전국 곳곳에서 신축 아파트의 하자 문제가 터져나오면서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한 특별점검을 진행하기로 했고, 각 지방자치단체도 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시공사와 입주자간 하자분쟁은 2014년 약 2000여건이었던 것에서 지난 2월 기준 4300건으로 10년새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9년부터는 3000건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작년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6개월간 하자판정을 많이 받은 건설사는 대송(246건), 현대엔지니어링(109건), 지브이종합건설(85건), 태영건설·플러스건설(각 76건) 등의 순이었다.
건설업계에서는 인건비 및 물가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노동자가 감소하면서 인건비 지출이 늘게 됐고 물가상승으로 원자재값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금리까지 더해져 자금줄이 조여진 것도 한 몫했다.
인건비와 원자재값을 아끼기 위해 공기를 줄이거나 저렴한 자재를 사용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아파트 하자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시공계약 시점과 분양 시점의 시차가 커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용 절감 노력이 시공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자 아파트’ 속출에 정부·지자체도 나서
신축 아파트의 하자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자 정부는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22~30일 향후 6개월 내 입주가 예정된 171개 단지 중 최근 부실시공 사례가 발생한 현장, 최근 5년간 하자 판정 건수가 많은 상위 20개 시공사 현장, 벌점 부과 상위 20개사의 현장 등 총 23곳의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특별점검한다.
세대 내부와 복도, 계단실, 지하주차장 등 공용 부분의 콘크리트 균열, 누수 여부와 실내 인테리어 마감 공사의 시공 품질을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점검 결과 발견된 경미한 하자나 미시공 사례는 사업 주체와 시공사에 통보해 입주 전까지 고치도록 하고, 품질·안전관리 의무 위반이 적발되면 지자체가 부실 벌점 부과,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부과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재작년 100억원 이상 공공 공사장을 대상으로 공사 현장의 전 공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100억원 미만의 공공 공사와 상위 30개 건설사 등 민간 건축공사장까지 적용범위를 확대했다.
동영상 기록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건설업체는 높은 곳에 설치한 고정식 CCTV와 드론을 활용해 전체 구조물이 완성되는 과정을 24시간 담아야 한다.
자재 반입과 시공 순서, 작업 방법, 검측 결과 등도 스마트폰 등의 근거리 촬영장비를 통해 영상으로 기록하도록 했다. 현장 근로자 2~3명이 몸에 부착한 카메라와 이동형 CCTV로 세부 작업 과정도 촬영해야 한다. 이렇게 확보된 공정 기록은 HD급 MP4파일로 영구 보존하도록 했다.
신축 아파트 하자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아파트 사전점검 전문 대행업체는 성황을 누리고 있다. 관련 업체들은 화상 카메라, 라돈 측정기, 수직·수평 측정 레벨기, 공기질 측정기 등 전문장비를 동원해 신축 아파트의 사전점검을 대행한다.
과거에는 개별세대 차원에서 이같은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입주민커뮤니티나 입주예정자 협의회 등에서 사전점검 서비스를 공동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단 하자점검에 ‘표준 기준’이 없기 때문에 사전점검 진행시 업체별 자체 체크리스트나 노하우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행업체 선택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