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줌인] 2030 모임 대세는, 각자 할 일 모여서 하는 ‘모각족’
[트렌드줌인] 2030 모임 대세는, 각자 할 일 모여서 하는 ‘모각족’
  • 권기선
  • 승인 2024.06.0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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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관계를 형성하는 젊은 층 특유의 관계 맺기 방식인 '인덱스 관계'의 일
커리어 플랫폼 인프런의 모각코 팀원 모집 글
(출처=인프런 홈페이지 캡처)


# 개발자의 모각코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모여서 각자 코딩'을 하는 '모각코'가 유행이다.

전공자뿐 아니라 비전공자도 가능한 모임, 오프라인이 어려울 이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공부하고 인증하는 모임, 각자의 학습 자료나 강의 정보 등을 공유하는 동시에 공부도 하는 모임 등 다양한 모습이다.

 

커리어 플랫폼 인프런의 모각공 팀원 모집 글
(출처=인프런 홈페이지 캡처)


#취업준비생의 모각공

현업에 종사하는 개발자 외에도 무언가 해야 할 것들이 주어진 이들은 누구나 모각족이 될 수 있다.

특히 취업준비생의경우 정해진 하루 일정이 없기 때문에 나태해지기 쉬워, 모각공(모여서 각자 공부)을 통해 서로 응원과 동기부여를 주고받으며 취업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규칙적인 일상을 보내고자 한다.

모각공은 공부를 함께 하는 이들이면서 모각족 서로를 감시하게 하는 인증수단이 된다.

 

한 모각글 모임 모집 링크
(출처=썬데이 모각글 페이지 캡처)


#모각글

블로그, 노션, 종이 일기 등을 통해 회고나 기록에 필요성을 느끼는 이들이 날을 정해 함께 '모여서 각자 글'을 쓰는 모각글도 있다. 기록 방식과 목적은 모임마다 다르다.


요즘 '모여서 각자 할 일을 할 사람을 모으는 글'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채용 플랫폼, 직무 커뮤니티, 소모임 플랫폼, 오픈 카톡방 등에 각자 할 일을 하자는 취지로 사람을 모으는 글이 올라오는 것이다. 모각족은 대개 지역별, 연령별, 상황 및 조건별로 팀원을 모집한다. 

운영 방식, 참가비용, 참여 방법 등은 모임마다 상이하다. 어떤 모임은 관계적 교류 없이 각자 할 일만 하고 귀가하는 반면, 어떤 모임은 공부 외에 발제와 토론 그리고 대화도 나눈다.

5년 차 개발자 민기(28) 씨는 현업 외에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와중에도 모각코 모임에 들어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꾸준히 개발을 공부하고 있다. 약 1년간 여러 모각코 모임에서 코딩을 공부한 그는 "모여서 함께 코딩 공부를 하면, 혼자 할 때와 달리 강제성이 부여된다."며 "다수가 참가하는 모임이기 때문에 운영 방식이나 비용, 페널티 등의 룰이 있어서 억지로라도 하게 된다는 것이 장점이다. 같은 직무를 가진 분들과 함께하니 업계 정보나 인사이트를 얻기도 좋다."고 설명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모각족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관계를 형성하는 젊은 층 특유의 관계 맺기 방식인 '인덱스 관계'의 일환이다. 여기서 '인덱스'(Index)란 색인 또는 목록이란 뜻으로, 이름, 크기, 보관 장소 등을 표시해 데이터를 기록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관계에 목적과 속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런 '인덱스 관계'가 구축된 배경에는 SNS와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며 공통 분모나 공통 목적을 매개로 관계를 쉽게 맺을 수 있게 된 것과 오프라인으로 지인을 만나지 못하는 시기였던 코로나19가 한몫했다.

인간관계에서 효용을 찾는 것에 비판적인 시각도 일부 존재하지만, 목적 지향적인 관계가 대세가 되어가는 건 사실이다. 모각족 트렌드에는 특정 목적을 공유하는 타인과 유연하고 느슨하게 관계 맺으며 감정과 시간 소모를 줄여 인간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스스로의 성장 또한 도모할 수 있는 효율적인 관계를 원하는 젊은 층의 니즈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