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나 순위에 관계없이 일상 속에서 뛰는 행위 자체를 즐기는 ‘펀러닝(Fun running)족’이 늘고 있다. 기업들은 펀러닝족을 겨냥한 이색 마케팅을 펼치는가 하면,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러닝 문화 확산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 상암에서 열린 ‘빵빵런’은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빵으로 채운 칼로리를 소모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마라톤 대회다. 올해는 특히 순위 경쟁 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빵빵룩 어워즈’ 프로그램이 새로 개설되기도 했다.
기록이 아닌 패션으로 승부를 보고 싶은 이들이 자신만의 특이 복장으로 빵빵런에 참여하면 소정의 상품을 제공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각종 빵 복장을 한 이들이 마라톤에 참가하며 재미를 더했다.
지난달 부산에서 개최된 컬러레이스는 컬러파우더를 맞으며 뛰는 글로벌 이색 마라톤이다. 2012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돼 지금까지 35개 이상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내 3.5km 구간을 뛰는 동안 옥수수 분말로 제작된 컬러파우더가 폭죽처럼 터지는 가운데 참가자들은 마라톤이 아닌 축제처럼 러닝을 즐겼다는 후문이다.
최근 SNS에서 화제가 된 ‘수육런’은 참가비 1만원에 5·10km 구간을 완주하면 수육과 막걸리를 증정하는 행사로 본래 명칭은 ‘금천구청장배 달리기 대회’다. 이색적인 참가보상에 이목이 쏠리며 신청이 시작된 지난 4월 23일 금천구청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과거 마라톤 대회라 하면 순위·기록을 두고 경쟁하는 대회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이처럼 참가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기업도 뛰어드는 러닝마케팅
지자체는 러닝 문화 확산에 기여
러닝이 인기를 끌자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업·브랜드도 늘고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이달 9일 ‘2024 장보기 오픈런’을 개최한다. 코스 내 마련된 팝업 공간에서 준비된 장바구니에 원하는 물건을 담아 5km를 완주하는 내용이다. 코스를 완주한 참가자는 결승점 통과 시 장바구니에 들어있는 모든 상품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물론 기념 메달과 배민 장보기 쿠폰팩도 받는다.
롯데물산이 지난 4월 20일 개최한 잠실 롯데월드타워 수직마라톤 대회인 ‘2024 스카이런’에는 2200여명이 참가했다. 이 행사는 롯데월드타워 1층에서 123층까지 총 2917개의 계단을 오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직마라톤 대회다.
롯데물산은 오는 7월 14일, 석촌호수와 롯데월드타워에서 ‘2024 롯데 아쿠아슬론’을 연다는 계획이다. 올해 3회째를 맞이하는 ‘롯데 아쿠아슬론’은 석촌호수 수영과 롯데월드타워 수직 마라톤 ‘스카이런’을 결합한 대회다. 석촌호수 동호를 두 바퀴 수영하고 롯데월드타워 1층부터 123층까지 계단을 오르는 코스로 진행된다.
한화생명도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2024 한화생명 시그니처 63런’ 행사를 성료했다. 올해 20회째를 맞는 이 대회는 63빌딩 1251개의 계단을 오르는 수직 마라톤으로, 올해는 총 1300명이 참가했다.
각 지자체는 러닝 문화 확산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여의나루역에 러너들을 위한 공간 ‘러너스테이션’을 마련했다. 탈의실과 물품 보관함, 체험·교육시설 등으로 구성된 이 곳은 지하철 역사 내 유휴공간을 시민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펀스테이션’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한 것이다.
요일별 러닝 클래스, 주말 어린이 러닝 클래스, 4주 완성 PB(Personal Best) 클래스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영등포 1인가구 지원센터는 이달 3일, 10일, 17일 등 3회에 걸쳐 ‘01줍깅클럽’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파워워킹반과 초보반 등으로 나눠 반별로 여의도공원 2바퀴를 조깅하는 내용으로, 친구도 줍고 체력과 건강도 줍는다는 취지다.
경기 성남시는 지난달부터 11월 7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성남종합운동장과 탄천 일대에서 ‘청년 함께 달리기 모임(러닝 크루)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매월 첫 번째 목요일에는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육상연맹 소속 강사가 기본기를 강습한 후 트랙을 도는 방식으로 모임을 갖는다. 이어 2~4주차에는 탄천 야탑교부터 이매교까지 왕복 5km 구간을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