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빈집뱅크’ 운영..프랑스, 빈집에 대한 국세·지방세 부과
저출산·고령화 등의 여파로 국내 빈집이 늘어나는 추세다. 빈집 증가는 마을의 슬럼화로 이어져 범죄율 증가, 위생 악화 등 다양한 문제를 발생시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여러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빈집 증가 문제를 해소하기엔 역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빈집 증가 문제는 비단 국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 영국, 프랑스 등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빈집 문제 해결에 어떤 대책을 내놨을까.
영국, 빈집 활용한 저가 임대주택 공급
영국은 ‘개개인의 주거안정과 생존권 보장은 국가와 사회의 공동책임’이라는 인식 하에 빈집을 재활용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대규모 철거·재개발 방식보다는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도시재생 또는 자력에 의한 주택개량을 통해 빈집 문제와 저소득층·중산층의 주택 부족 문제까지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역의 빈집재생 사회적 기업과 지방정부의 파트너십으로 빈집을 저가주택으로 공급하는 한편, 빈집 관리에 대한 소유주의 책임과 권한을 명시하고 빈집 활용을 위한 세제 및 인센티브 규정을 확실히 했다.
영국 빈집정책의 특징은 ‘카운슬 택스(Council Tax)’를 통해 빈집 관련 통계 및 발생 등을 쉽게 모니터링한다는 점이다. 중앙정부는 카운슬 택스에서 나오는 기초자료를 토대로 매년 10월 기준 통계치를 제공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빈집 발생을 모니터링하며, 전담공무원은 빈집 소유주에게 관련 정부지원제도와 금융제도를 안내함으로써 소유주가 자발적으로 빈집 정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만약 빈집 방치기간이 2년 이상 경과했음에도 빈집 활용 의지가 없는 등의 경우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빈집뱅크·빈집 체험주택 등 이색 제도 운영
우리보다 일찍 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경우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빈집 활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제시됐다.
특히 일본 사가현 아리타정의 빈집뱅크는 모범 사례로 꾸준히 언급된다. 관내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제공하는 부동산 정부를 지자체 홈페이지에 게시해 빈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타 지역에서 이사 온 사람이 빈집뱅크에 등록된 주거용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 리모델링 보조금을 지급한다.
빈집 소유주에게는 10만엔(약 87만원), 구매자 및 세입자에게는 각각 20만엔(약 175만원)을 지원한다.
입주를 희망하는 이에게는 일주일 이상 1개월 이내 체험주택에 거주하며 지역민의 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는 ‘빈집 체험주택’ 제도도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의 빈집 문제는 쉽사리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38년 일본 내 빈집 비율이 31.5%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해 ‘공가 대책 추진 특별법’을 대거 손질한 개정법을 지난해 시행했다.
건물이 세워진 토지의 재산세를 빈 땅의 최대 6분의 1로 감면해 주고 창문 및 벽 일부가 훼손된 빈집에 대해서는 재산세 감면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빈집 철거 후 신축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같은 세제 혜택만으로는 전국적인 빈집 확산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지자체가 시민단체 등과 함께 빈집 수리 및 관리를 대행하거나 가게 창업을 희망하는 자영업자와 빈집 소유주를 연결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프랑스, 빈집세 부과·징수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빈집을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재활용하거나 매입 후 공원을 조성하는 등의 조치를 포함한 ‘빈집해소를 위한 국가계획’을 시행 중이다.
다만 다른 점은 우리나라는 특정 빈집만을 대상으로 철거 명령 불이행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데 반해, 프랑스는 요건에 부합하는 빈집을 대상으로 빈집세를 부과·징수할 수 있는 조세 규정을 마련해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는 국세인 ‘빈집 연간세금’과 지방세인 ‘빈집 거주세’를 부과한다. 빈집 연간세금은 높은 임대료, 오래된 주택의 높은 매매가 등의 이유로 공급과 수요가 현저히 불균형한 지방자치단체 내 빈집을 대상으로 한다. 거둬들인 빈집 연간세금은 ‘빈집해소를 위한 국가계획’의 재원으로만 사용한다.
지자체는 자율적으로 지방세인 ‘빈집 거주세’를 부과·징수하며, 이 세금은 지역 내 주택부족 해소, 도시재생 프로그램 등의 재원으로 사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