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상품추천 행위 금지하면 로켓배송 어려워질 수 있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과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자회사인 CPLB에 잠정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한 것과 관련해 쿠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쿠팡은 공정위 제재대로라면 로켓배송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밝혔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공정위는 지난 13일 쿠팡과 CPLB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하고 두 법인 모두를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과징금은 유통업체에 부과된 것 중 사상 최고금액이다. 1400억원은 지난해 쿠팡 영업이익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기도 하다.
공정위 “쿠팡, 부당한 방법으로 이익 늘려”
공정위는 쿠팡이 부당하게 이익을 늘렸다고 판단했다.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자사가 만든 PB상품을 상위에 노출시킬 목적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 평가단이 후기를 남기는 행위에 대해서다.
이를 통해 CPLB의 영업이익은 18억원에서 1143억원으로 뛰었고, 같은 기간 매출도 약 1300억원에서 1조6400억원으로 급증할 수 있었다고 공정위는 보고 있다. 이번 조사를 위해 공정위는 2년간 조사를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공정위는 PB 상품 자체가 아닌, 소비자들이 오인할 수 있도록 플랫폼 환경을 조작했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클릭수나 후기 등에서 다른 제품보다 우수한 것으로 판단해 구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입점 업체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쿠팡이 활용하는 3가지 알고리즘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프로덕트 프로모션’은 쿠팡이 직매입한 상품과 PB상품을 1~3위 등 상단에 고정해 노출하는 방식이다. ‘콜드 스타트 프레임 워크’는 상품 검색어 1개당 최대 15개까지 검색 순위 10위부터 5위 간격으로 고정 노출하도록 한다.
공정위가 가장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알고리즘은 ‘SGP’다. 이는 직매입 상품과 PB 상품의 기본 검색 순위 점수를 1.5배 가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실제 쿠팡이 해당 알고리즘을 활용하면서 해당 프로모션 상품들의 노출 수나 총매출액은 크게 증가했다. 공정위는 쿠팡 내부 자료를 토대로 “프로모션 대상 상품의 총매출액은 76.07%, 고객당 노출수는 43.28% 증가했고 검색순위 100위 내 노출되는 PB상품의 비율은 56.1%에서 88.4%까지 늘었다”고 지적했다.
쿠팡, 잇단 자료 배표로 반박 나서
쿠팡은 공정위 발표가 이뤄진 13일 “전세계 유례없이 상품진열을 문제삼아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과징금 총액의 절반을 훌쩍 넘는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의 형평 잃은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행정소송을 통해 부당함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이어 같은 날 추가 자료를 통해 “만약 공정위가 이러한 상품 추천 행위를 모두 금지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로켓배송을 포함한 모든 직매입 서비스는 어려워질 것”이라고 공표하기도 했다.
하루 뒤인 지난 14일에는 ‘직원 리뷰 조작이 없었다는 5대 핵심 증거’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 “솔직 리뷰에도 공정위는 조작이라 주장하고 있다”며 “공정위는 전체 리뷰수 2500만개의 극히 일부인 7만개 댓글 수만을 강조하며 이들 모두가 편향적으로 작성한 리뷰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17일 오전에는 “고물가시대에 PB상품은 유통업체의 중요한 차별화 전략이며, 모든 유통업체는 각자의 PB상품을 우선적으로 추천 진열하고 있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다.
쿠팡은 수십조원어치의 상품을 구입해 창고에 보관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 고객에게 배송하는 방식의 로켓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직매입한 상품이 판매되지 않으면 쿠팡이 재고 등의 비용 부담을 안게되는 것이다.
쿠팡은 이런 점에서 로켓배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검색 상단에 직매입 상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또 PB상품은 모든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차별화 전략이며, 자체 브랜드를 잘 보이는 곳에 진열했을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공정위 “쿠팡, 본질 호도하고 있어”
소비자 “로켓배송 인질 삼는 건가”
공정위는 쿠팡의 주장에 대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이 구매후기를 쓴 것에 대해 제재했는데 로켓배송이나 일반적 상품 추천을 금지한 것처럼 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검색 순위를 조작하지 않더라도 검색 광고, 배너 광고, 검색 결과에 대한 필터 적용 등을 통해 충분히 직매입·PB상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PB상품을 노출하고 싶으면 브랜드관 등의 방식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 알고리즘 조작을 통해 검색 상단에 올리는 것은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가뜩이나 쿠팡 멤버십 회비가 기존 4990원에서 7980원으로 인상되며 여론이 좋지 않은 가운데 ‘로켓배송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쿠팡의 발표가 협박처럼 들린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로켓배송 아니면 쿠팡을 왜 쓰냐”, “안하면 안 쓰면 되지. 로켓배송 안해서 손해보는 건 쿠팡뿐”, “요즘 당일배송·내일배송이 쿠팡만 있는 것도 아니고” 등 쿠팡에 대한 비판글이 다수 올라오기도 했다.
한편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은 쿠팡 24.5%, 네이버쇼핑 23.3%, G마켓 10.1%, 11번가 7.0%, 카카오 5.0%, 롯데온 4.9%,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4.6% 등 절대 강자는 없는 상황이다.
오픈마켓 시장만 따지고 보면 네이버쇼핑이 42.4%로 쿠팡(15.9%)보다 2배 넘게 앞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