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부족, 생산성 저하로 사회경제적 손실 발생시켜
충분한 잠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모르는 이들은 없지만, 현대인 중 대부분은 수면부족을 호소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에서 가장 잠이 모자란 나라로 꼽히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 직원들의 수면에 관심을 갖고 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선진국 3명 중 2명은 수면 시간이 하루 8시간도 안 된다며 수면부족을 선진국 전체의 유행병이라 선언했다.
한국은 특히 수면이 적은 나라로 꼽힌다. 2023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1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평균 8시간 22분)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심지어 한국인의 16.4%는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이며, 44.4%는 7시간 미만 자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수면장애 진료 인원은 2018년 85만5000여명에서 2022년 109만8800여명으로 4년 만에 28% 증가했다. 특히 20대에서 불면증 환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과도한 카페인 섭취, 불규칙한 생활패턴, 취업난과 직장생활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원인으로 거론된다.
수면 관련 연구 결과를 취합해 보면, 잠은 너무 적게 자도 너무 많이 자도 좋지 않다. 5시간 이하로 적게 자는 경우 사망률이 21% 증가하고, 10시간 이상 수면 역시 사망률을 36% 높인다. 적정 수면시간은 7~9시간으로 알려져 있다.
잠의 중요성 모르는 한국인…
수면부족, 건강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악영향
전문가들은 국내 수면 부족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잠의 중요성을 낮게 평가하는 것을 꼽는다. 실제 젊은층을 중심으로 ‘잠은 죽어서 자자’(잠죽자)라는 말이 유행하는 등 잠을 후순위로 미루는 경향이 관찰된다.
이같은 생각은 당장 건강을 챙기는 것보다 공부, 자기계발 등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수면 부족은 건강에만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잠이 부족하면 주의력과 학습능력을 떨어뜨려 전체적인 생산성이 저하되고 각종 안전 사고 문제 등으로 이어져 결국 사회 전체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지난해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수면 부족의 사회경제적 손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면 장애로부터 발생하는 연간 경제적 손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85~2.92% 수준으로 추정된다.
미국 민간 싱크탱크 ‘랜드연구소’가 발표한 ‘수면이 중요한 이유: 불충분한 수면의 경제적 비용’ 보고서에서는 미국 노동자들의 수면부족이 자국 경제에 끼치는 비용은 연간 최대 4110억달러(약 565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또 이 보고서는 생산 인구의 수면부족이 높은 사망률과 낮은 생산성으로 이어짐에 따라 미국 회사들이 연간 작업일수로 120만일을 손해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경기연구원의 ‘경기도 수면산업 육성을 위한 실태조사 및 정책방안’ 보고서에서는 수면장애로 생산성이 저하돼 발생하는 우리나라의 경제적 손실이 11조497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 직원의 충분한 수면을 보장하기 위한 각종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구글은 일찌감치 사내에 낮잠 캡슐을 설치해 업무 중간 짧은 휴식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수면 교육 세미나를 통해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P&G는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을 조절하는 조명 시스템을 설치했으며, 밴앤드제리스는 10년 전부터 본사에 ‘낮잠 방’을 설치했다. 나이키 역시 본사에 잠을 자거나 명상할 수 있는 방을 마련하는 한편, 각자의 크로노타입에 맞는 유연한 근무시간을 제공한다.
크로노타입은 일주기 리듬에 따라 사람이 하루 중 가장 활발히 깨어있고 잠드는 시간대에 관한 경향을 구분한 지표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