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라인 무시된' 건기식 중고거래, 부작용 발생 시 '책임 논란'
'가이드라인 무시된' 건기식 중고거래, 부작용 발생 시 '책임 논란'
  • 김다솜
  • 승인 2024.08.22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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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식 개인간 거래 시범사업 3개월…가이드라인 미준수 게시글 다수
중고거래 건기식 부작용 발생시 책임소재 불명확

지난 5월부터 건강기능식품의 개인간 중고거래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게시물들이 꾸준히 올라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거래를 통해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책임소재를 가리기 쉽지 않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5월 8일부터 건강기능식품 개인간 거래를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개인간의 건강기능식품 거래는 불법이었다. 지방단치단체장 등에게 허가받은 건강기능판매업소나 약사법에 따라 개설 등록된 약국에서만 판매가 가능하며, 이를 어길시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규제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등 국민 생활에 불편을 초래한다는 판단 하에 정부는 건강기능식품의 개인간 중고거래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개인간 거래가 가능하려면 몇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건강기능식품 개인간 거래 가능 조건

▲미개봉 상품

▲소비기한이 6개월 이상 남은 상품

▲보관 기준이 실온 또는 상온인 제품

▲제품명, 건기식 도안 등의 표시가 기재된 상품

▲해외직구 혹은 구매대행으로 구매한 것이 아닌 상품 등


당근과 번개장터에서만 거래가 가능하며, 해당 플랫폼 내에서도 건강기능식품 카테고리에 올려야 한다. 개인별 거래 가능 횟수는 10회 이하, 금액은 누적 30만원 이하여야 한다. 

시범사업 초기에는 쓰다 남은 연고, 파스 등 의약품 판매글이 다수 올라오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다만 이같은 사례들은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도입한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통해 차츰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6월 20일부터 7월 19일 한 달간 당근마켓 건강기능식품 카테고리에 올라온 게시글 중 97.23%가 가이드라인을 준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테고리 미준수, 실제 사진 미첨부
가이드라인 지키지 않은 게시글 다수 

그러나 시범사업이 시작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게시글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공식품, 뷰티/미용 등의 카테고리로 판매글을 등록하거나 실제 사진 없이 온라인 판매처의 사진만 첨부한 경우도 다수였다. 

(왼쪽부터) 가공식품 카테고리에 등록된 건기식 판매글 / 실제 사진을 첨부하지 않은 판매글 / 이미 개봉된 상품을 판매하는 글
(왼쪽부터) 가공식품 카테고리에 등록된 건기식 판매글 / 실제 사진을 첨부하지 않은 판매글 / 이미 개봉된 상품을 판매하는 글

판매글에는 미개봉으로 썼지만, 사진상에서는 개봉 흔적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아예 ‘먹다 남은’ 영양제를 판매한다는 글도 눈에 띈다. 일부 규정 미준수 판매글에는 이미 ‘거래완료’ 표시가 떠 있었다. 

건강기능식품 중고거래가 가능한 플랫폼을 당근, 번개장터 등 2곳으로 제한된다. 그러나 시범사업이 시작된 후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건강기능식품 판매글이 지속적으로 게시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상황이다. 

이처럼 가이드라인 미준수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것은 시스템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범사업 플랫폼들이 도입한 OCR 기술은 건강기능식품 마크 및 텍스트를 살펴 인식이 불가한 경우 게시글이 미노출되는 방식이다. 

다만 건강기능식품 마크 및 문구는 있지만 성분, 영양정보 등 기타 표시사항이 적혀 있지 않은 게시글이나 온라인 판매사이트에서 가져온 사진을 첨부한 게시글 등은 걸러내지 못한다는 것이 맹점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에서 최종 구매자가 건강기능식품으로 인한 부작용을 얻었을 때 책임소재를 명확히 판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소비자가 보관을 잘못한 제품을 중고로 구매해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제조사 잘못인지 1차 판매자 잘못인지 거래 당사자의 잘못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한약사회는 이같은 점을 들어 지난 6월 건강기능식품의 개인간 거래 시범사업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약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당근과 번개장터는 의약품 불법 판매나 건강기능식품 판매 위반행위를 감시하고 차단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도 구축하지 못하고 자체 모니터링조차 소홀히 하고 있다”며 개인 간 거래 시범사업의 즉각 중단 및 불법 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