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스트리밍 기업 트위치의 한국 사업 철수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망사용료 논란이 재점화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망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됐기 때문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과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망이용계약 공정화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으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와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간 자율적 망 이용계약을 보장하되, 차별적 조건을 부과하거나 정당한 대가지급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은 물론, 메타·디즈니플러스 등 해외사업자들도 다양한 형태로 망이용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일부 글로벌 사업자의 경우 정당한 망 이용계약 체결을 거부하거나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하는 등 망이용계약의 역차별 문제가 지속 제기돼 왔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총 7건의 망무임승차방지법이 발의된 바 있으나 당시 논란의 중심이었던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분쟁이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로 종결됨에 따라 논의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의 핵심은 국내외 기업간 형평성이다. 법안은 망사용료 지불 대상에 해당하는 콘텐츠 사업자를 제22조의7에서 정한 부가통신사업자로 한정했다.
전년말 기준 직전 3개월간 일평균 국내 이용자수가 100만명 이상이며 정보통신망에서 일평균 소통되는 국내 전체 트래픽 발생량의 1% 이상인 경우다. 현재 기준으로 구글, 넷플릭스, 메타, 네이버, 카카오 등 5개사가 여기에 해당한다.
물러날 곳 없는 구글, 어떻게 대응할까
마지막까지 망 이용료 지급을 거부하는 기업은 구글이다. 구글은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통신망 트래픽의 28.4%를 차지하며 트래픽 1위 기업으로 올랐으나 비용은 분담하지 않고 있다. 현재 통신3사와 트래픽 부담을 분담하지 않는 기업은 구글 한 곳이다.
이에 따라 이번 망무임승차방지법은 사실상 구글을 겨냥했다는 평가마저 나오지만, 정작 당사자인 구글이 순순히 망 이용료를 지급할지는 미지수다.
전 세계적으로 망 이용대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최근 망 이용료 법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구글 입장에서는 망 이용료 지급 선례를 남기지 않는 것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망 무임승차 방지를 위한 법제화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상임 장관은 “국가 간 통상마찰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정책 방향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스트리밍 등 대용량 서비스 소비 중심으로 변화된 인터넷 이용 환경에 맞는 새로운 질서를 논의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미국 측 견제는 걸림돌로 꼽힌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발간한 ‘2024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망 이용료 관련 법안들을 거론하며 “미국 콘텐츠 사업자가 지불하는 망 이용료는 한국의 경쟁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부 한국 ISP가 콘텐츠 사업자를 겸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USTR은 이같은 내용을 3년 연속 보고서에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