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반납하고 싶어도..지방 독거노인, 선택지 없다 
운전면허 반납하고 싶어도..지방 독거노인, 선택지 없다 
  • 김다솜
  • 승인 2024.08.2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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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연구원 ‘활력있는 초고령 사회를 위한 대중교통 역할 강화 방안’ 보고서
운전면허 반납 필요성↑..”포용적인 정책 제시돼야”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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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의 위험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반납 독려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고령자들, 특히 비수도권에 거주하는 고령자 대다수는 운전을 그만두고 싶어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국토정책브리프 ‘활력있는 초고령 사회를 위한 대중교통 역할 강화 방안’에 따르면 60대 후반의 42.5%는 75세를 기점으로 운전 중단을 희망하고 있었다. 

이는 충청권 고령자 47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면접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80세 이후 운전을 그만두고 싶다는 응답은 60~70대 모두에서 100%에 가까웠다. 

하지만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비수도권에서는 자가운전이 사실상 필수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매일 자가운전을 하는 고령자 비율은 수도권(41.3%)보다 비수도권(66.1%)에서 높게 나타났다. 

직접 운전을 하는 고령자는 그렇지 않은 고령자에 비해 활동 시간·활동 기회가 모두 높았는데 이같은 경향 역시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거주지 인근 운행 횟수가 많을수록 고령자의 활동 시간도 증가했다. 수도권의 경우 이 변수의 계수가 0.02~0.03 정도인 반면 비수도권에서는 0.07로 2.5배에 달했다. 비수도권 지역에서 버스 서비스 공급이 늘어날수록 고령자의 활력도 커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구원들은 고령자들의 활력 있는 노후를 위해 비수도권 지역의 대중교통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령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의료 서비스, 전통시장, 대규모 상업시설에 대한 시외버스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방 중소도시 고령자의 주요 일상인 5일장 이용여건 개선을 위해 인근 4~5개 지역을 하나의 권역으로 설정해 ‘지역연합 장날버스’를 운영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 독려 정책 지속
해외에서는 어떨까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2022년 438만명에서 2025년 498만명, 2040년에는 1316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 운전자가 늘어나면서 이들로 인해 벌어지는 교통사고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중 65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가 가해자인 사고는 3만9614건으로 2021년 3만1841건 대비 24.4% 늘었다.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는 고령자의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독려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경기 의왕시는 65세 이상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할 경우 지급하던 지역화폐 10만원을 내달 1일부터 20만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경남 진주시 역시 이달부터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기존 교통카드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단순 인센티브 제공만으로는 고령자의 교통사고 증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해외 주요국들의 사례를 참고해 보다 포용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70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5년마다 직접 면허를 갱신하도록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자동차국(DMV)는 시력검사, 대면 필기시험 등을 토대로 운전자의 안전운전 가능성을 판단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한된 운전면허증을 발급할 수 있다.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에게 부과하는 요구사항으로는 ▲고속도로 주행 금지 ▲야간 운전 금지 ▲차량 혼잡도가 심한 시간대(출퇴근 시간 등) 운전 금지 ▲백미러 추가 ▲안전 운전 자세를 위한 요추 지지대 설치 ▲안경이나 교정 콘택트렌즈 사용 등이 있다. 

일본은 71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갱신 주기를 3년으로 정하고, 70세 이상은 고령자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한다. 시력과 조작에 문제가 없는지, 자신의 운전기술과 지식에 대한 인식 등을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자진반납할 경우 택시 요금 할인, 마트 무료 배송 서비스, 안전 운전 장치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서 안전을 도모하면서도 이동권을 보장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