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빈곤, 소득만 봐선 몰라…자산·소비 함께 봐야 
노인 빈곤, 소득만 봐선 몰라…자산·소비 함께 봐야 
  • 김다솜
  • 승인 2024.09.23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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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노인빈곤에 관한 연구: 소득과 소비를 중심으로’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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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노인빈곤 문제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소득뿐만 아니라 자산과 소비를 함께 고려해 노인빈곤을 다차원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발간한 ‘노인빈곤에 관한 연구: 소득과 소비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는 OECD 평균(13.1%)의 세 배가 넘는 수치다. 근로장년층의 빈곤율(11.8%)과 비교해도 노인빈곤율과 근로장년층 빈곤율 간의 차이는 다른 OECD 회원국보다도 큰 수준에 속한다. 

ⓒ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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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소득만으로는 우리나라 고령층의 경제적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소득보장체계가 미성숙하고, 물질적 웰빙이 소득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인 노후소득보장체계는 국민연금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도입 시기가 늦고 가입의 사각지대가 넓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고령층의 소득 중 공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5.9%로 OECD 평균(57.1%)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고령층의 소득 중 자본 기반 소득의 비중은 22.1%로 OECD 평균(9.9%)보다 높게 나타난다. 통계청 사회조사에서도 고령층이 자산에 기반해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국민연금을 활용해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응답이 낮은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보고서는 또 소득은 빈곤을 측정하는 가장 보편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소득이 낮은 노년기에는 저축을 활용해 소비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물질적 웰빙을 측정할 때 소득과 자산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자산·소비 고려하면 빈곤율 낮아지지만…
여전히 고령층의 30%는 ‘취약계층’ 

보고서는 ‘자산과 소득’, ‘소득과 소비’를 각각 고려해 노인빈곤을 분석했다. 먼저 자산의 소득화에 따른 노인빈곤율을 살펴보면, 처분가능소득 기준 노인빈곤율에 비해 낮은 수치를 보인다. 

자산을 소득화하는 방법으로는 ‘포괄소득화’와 ‘연금화’가 있다. 포괄소득은 처분가능소득에 더해 귀속임대료 등 자산으로부터 암묵적인 소득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연금화는 총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을 연금화해 남은 기대여명 동안 지급되는 지급금을 소득에 포함하는 방법이다. 

처분가능소득 기준 노인빈곤율과 비교해 포괄소득화해 계산한 노인빈곤율은 7~8%p 낮고, 연금화해 계산한 노인빈곤율은 14~16%p 낮게 나타났다. 자산을 추가적으로 고려해 현재의 경제적 상황만 놓고 평가했을 때 상당수의 고령층은 빈곤하지 않은 상태이고, 자산을 활용한다면 더 많은 수의 고령층이 빈곤에서 스스로 탈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다만 처분가능소득 기준 빈곤층 중 포괄소득 기준으로도 빈곤한 고령층을 뜻하는 ‘저소득-저자산 고령층’은 2021년 기준 27.7%에 달한다. 2016년(33.8%)보다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전체 고령층의 30%는 취약계층에 속한다는 것이다. 

ⓒ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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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를 기준으로 노인빈곤율을 계산한 결과에서도 처분가능소득 기준 빈곤율보다 10%p가량 낮아졌다. 

고령층을 ▲저소득-저소비 ▲저소득-고소비 ▲고소득-저소비 ▲고소득-고소비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을 때 경제적 취약계층인 저소득-저소비 유형은 2016년 23.9%에서 2021년 21.5%로 감소추세에 있으나 여전히 20% 수준에 머무른다. 

저소득-고소비 유형은 같은 기간 19.8%에서 16.2%로 줄었다. 이는 소득 기준 빈곤한 고령층 중 상당수는 소비와 자산 등 다른 경제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 물질적 결핍상태에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보고서는 “현행 기초연금은 전체 고령층의 70%에게 연금을 지급하는데 이같은 방식은 고령화에 따라 전체 고령인구 규모가 증가하면 재정부담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노인빈곤 완화 정책은 선별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에게 집중해 더 두텁게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더 두텁게 하기 위해선 재산을 고려한 소득인정액이 일정 수준 이하인 고령층에게만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지급액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덜 가난한 세대가 고령층에 포함되어 갈 것이므로 이같은 방식으로의 전환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초연금 지급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