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논쟁 다시 불붙어…책임감 강화 vs 유기 우려
최근 일부 언론에서 ‘정부가 반려동물 관련 정책 재원 확보를 위해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 검토 중’이라는 보도를 내놨다. 이후 농림축산식품부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이를 계기로 반려동물 보유세에 대한 찬반논쟁에 또 다시 불이 붙었다.
정부는 반려동물 보유세와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국회입법조사처의 ‘반려동물 보유세 검토 필요’ 의견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입법조사처는 당시 “정부가 제시한 개식용 종식 로드맵 이행을 위해서는 개사육 농장의 동물 인수 등에 대한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수 있어 별도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장기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을 내놨다.
현재 전국의 개사육 농장에 남은 개는 45만여마리로 추정되는데 정부 방침에 따라 농장이 문을 닫을 경우 수십만 마리의 개들이 그대로 방치되거나 유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국의 동물보호센터가 보호하는 동물 수는 연간 10만~14만 마리 수준으로, 개사육 농장의 개들을 모두 감당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또 반려동물 인구의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반려동물의 배변처리부터 유기·유실 동물의 보호 등에 투입되는 비용도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반려동물 보유세 검토 필요성에 힘을 싣고 있다. 작년 한 해 동물보호센터 운영에 소요된 비용은 378억8512만원으로 전년대비 79억1000만원(26.8%) 늘었다.
“검토 안한다” 발표에도 들끓는 여론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 보유세와 관련한 찬반논쟁에는 또 다시 불이 붙는 모습이다. 반려동물 복지 인프라 확대와 보호자들의 책임감 강화를 위해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이 필요하다는 찬성파와 세금 부담을 지기 싫은 이들의 유기가 우려된다는 반대 여론이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지난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진홍 건국대 교수는 “반려동물 문화시설이라든가 이런 게 생기면 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고 보호자 입장에서는 양육에 있어 책임감 강화라든가 도덕적 행위가 예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같은 이기재 한국펫산업연합회 회장은 “보유세가 부과되면 농촌에서는 어르신들이 여러 마리 키우는 분도 많이 있는데 대부분이 취약계층”이라며 “아마 반려동물을 대량으로 버려서 유기동물 천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외 주요 일부국은 이미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대표적으로 독일이 꼽힌다. 독일의 반려견세는 도시마다 조금씩 다르다. 프랑크푸르트의 경우 첫 번째 개에 90유로(약 13만원), 두 번째 개에 180유로(약 26만원), 맹견에 900유로(약 131만원)를 해마다 부과한다.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은 도시 내 배설물 청소, 보호소 운영 등에 사용된다.
오스트리아는 생후 3개월 이상의 반려견을 대상으로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네덜란드는 개 취득시 14일 안에 지방자치단체에 등록 후 세금을 내야 한다. 네덜란드의 경우 이 세금을 중성화 수술, 동물학대 단속 등의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이전에 반려동물 등록제 의무화 방안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국내 반려동물 등록 비율은 50%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이’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자들은 연간 반려동물 보유세가 19만5000원이면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양육자의 경우 23만8000원이었다.
응답자들은 반려동물 보유세가 ‘유기동물 관리 및 보호소 개선’, ‘동물학대 방지 및 구조’ 등 공익 목적으로 사용되길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