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펀드인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한국인삼공사를 1조9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KT&G 이사회에 제안했다. KT&G의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FCP는 이날 KT&G 이사회에 한국인삼공사 지분 100%를 1조90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투자의향서(LOI)를 발송했다.
이는 방경만 KT&G 사장이 지난해 인베스터 데이에서 적정가로 밝힌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7∼8배 대비 150%에 달하는 금액이다.
FCP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한국인삼공사의 무한한 잠재력을 알고 있다”며 “수백 년간 우리나라 넘버원 수출 아이템이었던 고려인삼은 뉴질랜드 마누카 꿀, 중국의 마오타이주처럼 초대형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FCP는 담배회사가 인삼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한국인삼공사 실적이 2019년 대비 지난해 '반토막' 나는 등 급속도로 악화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현 FCP 대표는 KT&G 이사회가 FCP의 제안을 거부한 데 대해 "키울 능력은 없지만 남에게 주기는 아깝다는 것인가"라며 "한국인삼공사를 인적 분할 또는 매각을 통해 새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FCP는 한국인삼공사의 잠재력에 대한 확신과 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최단기간 안에 거래를 종결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만약 이사회가 반대만 한다면 경영진을 위한 거수기 역할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KT&G 측은 "현재까지 행동주의펀드로부터 관련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답변했다. 한국인삼공사 측 역시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FCP 인수안 제출은 미국 등 자본시장 선진국에선 흔한 방식이다. 다만 한국에선 사실상 처음 시도되는 적대적 M&A 방식이다. 한국에선 KT&G 이사회가 FCP의 제안에 공식적으로 답변을 내놓아야 할 의무는 없다. 업계에선 실제 매각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도 FCP가 이번 인수안을 제출한 것은 한국인삼공사 저평가 문제를 다시 한번 거론해 이사진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FCP는 지난 2022년부터 한국인삼공사를 KT&G에서 분리 상장해 글로벌 회사로 성장시키자고 제안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