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호출앱 시장에서 카카오T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에 과징금 724억원을 부과했다. 독점적인 시장 점유율을 내세워 ‘경쟁사 죽이기’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카카오모빌리티에 724억원(잠정)을 부과하고 카카오모빌리티 법인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 일반호출 서비스와 가맹호출 서비스(카카오T블루)를 모두 제공하는 업체로, 지난 2022년 기준 중형택시 앱 일반호출 시장에서 96%의 점유율을 기록한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반호출 서비스를 개시한 것은 2015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카카오T 가맹기사 등 유료기사 확대를 통해 택시 공급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한편, 모든 택시 호출이 카카오T 플랫폼을 통해서만 운영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2019년 3월 자회사 등을 통해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 사업을 시작했다.
카카오T, 막강한 시장지배력 무기로 경쟁사업자 압박
2019년 말 카카오모빌리티는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 소속 기사에게 카카오T의 일반호출을 차단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정당화할 구실을 찾기 시작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직원 내부 이메일에서는 ‘어떤 이유든지 만들어 호출을 주지 않을 방법이 있는지 봐달라’는 지시사항이 확인되기도 했다.
2021년 5월부터는 4개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우티·타다·반반·마카롱택시)에게 핵심 영업비밀을 제공하도록 하는 제휴계약 체결 요구에 나섰다. 경쟁 가맹호출 소속 택시기사들도 대부분 카카오T를 사용한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제휴를 거부한 사업자에게는 카카오T의 일반호출 서비스를 차단했다. 이같은 행위는 경쟁사가 어떠한 행위를 하더라도 가맹택시 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와 정상적인 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구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반반택시와 마카롱택시는 영업상 비밀을 제공했지만, 우티와 타다는 제휴계약 체결에 불응했다. 이에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우티 소속 기사의 ID 1만1561개, 차량번호 2789개를 차단했다.
타다 역시 771개의 기사 ID가 차단됐다. 이로 인해 가맹 기사들의 가맹해지가 폭증하자 타다는 이후 카카오모빌리티와 제휴계약을 체결, 영업비밀을 제공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요구한 영업비밀은 차량번호 등 소속 기사의 정보와 운행 장소·시간, 주행 경로 등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를 토대로 경쟁사 소속 기사들이 운행하는 지역과 시간대에 자사 택시를 집중적으로 배치해 점유율을 확장할 수 있었다. 그 결과 2019년 14.2%였던 카카오T 블루의 점유율은 이듬해 51.8%로 뛰었고 2022년에는 79.1%까지 확대됐다.
반면 경쟁사업자들은 사업 철수에 나서거나 사실상 퇴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의 유효 경쟁사는 우티 한 곳뿐으로, 이마저도 점유율이 10배 이상 차이난다. 마카롱택시는 지난해 4월 파산 선고를 받았다.
한편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진행한 택시호출 플랫폼 이용에 관한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택시 기사 중 87.8%가 최근 3개월간 가장 많은 콜을 받은 택시앱으로 카카오T를 선택했다. 승객 응답자들 역시 가장 많이 사용 중인 택시앱으로 카카오T를 선택한 비율이 88.2%에 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