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앞두고 엇갈린 전망…“기대된다” vs “힘들 것”
토종 OTT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1년여간의 논의 끝에 최종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업체가 손을 잡는다고 해서 넷플릭스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업계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는 합병 본계약 체결을 위한 최종 협상안 도출을 남겨둔 상태다. 알려진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비율은 1.6대 1로, 합병 후 기업 가치는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웨이브의 주요 주주인 지상파 3사 KBS·MBC·SBS는 티빙과 합병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티빙 측 주요 주주인 KT는 아직 합병안에 찬성 의견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2022년 티빙이 KT의 OTT 서비스 시즌을 흡수 합병하면서 KT 자회사 스튜디오지니는 티빙 지분 13.5%를 보유 중이다.
지난해 12월 초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9개월여간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것도 양측 주주 중 콘텐츠 사업자들이 요구하는 콘텐츠 공급·거래 조건이 서로로 상이했기 때문이다.
합병 논의가 더디게 진행되는 사이 티빙과 웨이브의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해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1420억원, 80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경쟁력 제고 위해 합병 서둘러야”
vs “넷플릭스 이기기 힘들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두고 기대 어린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합병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넷플릭스를 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된다.
지난달 국내 OTT 월간활성사용자수(MAU)를 보면 넷플릭스는 1167만명, 티빙 787만명, 웨이브 427만명 순이다. 티빙과 웨이브의 MAU를 단순히 합하면 1214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점유율로 따지면 약 36% 수준으로 넷플릭스와 비슷한 수치다.
다만 이는 단순 합산 결과일뿐 실제 합병 후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은 데다 합병 후 콘텐츠의 변경 또는 삭제, 구독료 인상 등이 이뤄질 경우 되려 이탈이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사의 재정적 어려움도 이같은 우려를 키우는 데 한 몫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넷플릭스가 보유한 현금은 9조82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에 두고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OTT 등장 이후 회당 재작비는 11년간 10배가량 늘었다. 2013년 한국 드라마의 평균 회당 제작비는 3억원대였으나 올들어 30억원 이상으로 커졌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과 공중파 콘텐츠 독점 제공 등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국내 콘텐츠 제작사가 글로벌 OTT 플랫폼에 종속되며 생기는 지식재산권(IP) 침해 문제를 해소할 통로가 될 것이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KT가 합병안에 찬성한다면 양측 주주들은 곧바로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거치면 내년 상반기 중 합병 법인이 출범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