뇨롱이 "시간관리 가장 힘들어...원동력은 '책임감'"
일부 마니아들이 즐기는 서브컬처로 여겨지던 버튜버가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다. 국내 버츄얼 아이돌그룹 이세계아이돌이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에는 10만명의 방문객이 몰렸고, 지난해 3월 데뷔한 버츄얼 아이돌 플레이브는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워처에 따르면 전세계 버튜버 시장 규모는 2030년 1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성장세에 따라 자연스럽게 버튜버에 도전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버튜버는 가상의 캐릭터를 앞세워 방송을 진행하는 만큼, 실제 방송인의 얼굴과 직업 등을 노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부업으로 버튜버를 시작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데일리팝이 만난 버튜버 뇨롱이 역시 별도의 본업을 둔 N잡 버튜버로 귀여운 캐릭터와 목소리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본업인 중국어 과외와 부업인 인터넷 방송을 병행하며 가장 힘든 점으로 ‘시간 관리’를 꼽았다.
뇨롱이에게 평소 스케줄 관리 방법과 버튜버로서의 고충, 두 가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원동력 등을 물었다. 다음은 뇨롱이와의 일문일답.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중국어 과외 선생님이자 버튜버로 활동 중인 N잡러 뇨롱이입니다.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유치원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맞춤 중국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요. 유튜브와 치지직에서 버튜버로 게임방송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따로 요식업 관련 사업도 준비 중입니다.
Q. 인터넷 방송은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나요?
A. 조금 당황스러운 답변이 될 수도 있겠는데요. 저는 가위에 눌려서 방송을 시작하게 됐어요. 평소 일하러 가는 이동시간 중 라디오 방송을 자주 들었는데 가위에 대한 공포를 떨쳐내려 고민하던 중에 라디오 DJ가 시청자분들에게 고민을 털어놓던 게 떠오르더라고요.
‘나도 방송을 켜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볼까?’라는 생각에 방송을 켜게 됐어요. 첫 방송에 23분의 시청자가 들어와주셨는데 모두가 친절하게 저를 진정시켜주고 걱정해주셨어요. 잊지 못할 기억이죠. 이때를 계기로 라디오 방송에 재미를 느꼈고 심심하면 방송을 켜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게 제 취미가 됐어요.
그러다가 트렌드에 맞춰 버튜버로 전향하게 됐는데요. 제가 생각하기에 스트리머라는 직업은 새로운 콘텐츠를 시청자분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트렌드와 유행을 빠르게 따라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2022년 초부터 버튜버 산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제가 즐겨하는 게임 ‘로스트아크’의 마수군단장 캐릭터 ‘발탄’과 저 ‘뇨롱이’를 접목한 ‘뇨탄’이라는 캐릭터로 버튜버를 시작하게 됐어요.
Q. 버튜버가 대중화 되면서 버튜버를 꿈꾸는 분들도 많아지는 것 같아요. 버튜버의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을 꼽아주신다면요?
A. 가장 큰 장점은 익명성이죠. 특히나 저처럼 본업이 따로 있는 사람들은 얼굴을 공개하고 인터넷 방송을 하게 되면 어느 정도 본업에 지장이 갈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학부모님이나 학생들이 제가 인터넷 방송인이라는 걸 알게 되면 아무래도 좀 그렇잖아요?(웃음)
하지만 버튜버는 저 같은 사람들도 인터넷 방송을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도록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해요.
다만 때로는 익명성이 단점이 될 때도 있죠. 제가 최근 롯데시네마 포토티켓 측과 협업해 뇨롱이 포토티켓을 굿즈로 출시했었는데요. 이때 부모님도 매우 자랑스러워 해주셨어요. 문제는 제가 신분을 공개하지 않다 보니 주변 지인들에게 이런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더라고요.
Q. 버튜버는 얼굴을 노출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인터넷 방송인보다 쉬울 것이란 편견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도 버튜버나 해볼까? 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A. 솔직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무래도 캠을 켜고 방송하시는 분들보다 버튜버가 조금 더 쉽긴 하죠. 버튜버는 준비시간 없이 항상 똑같은 모습으로 방송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버튜버라는 직업 자체가 쉽다는 것은 아니에요. 버튜버는 캐릭터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 행동이나 말투가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연출돼야 하거든요. 이런 점에선 일반 방송인보다 힘들 수도 있어요. 저 역시 ‘뇨탄’ 캐릭터로 방송할 때 콘셉트에 맞춰 자주 소리를 지르고 포효하다 성대결절 진단까지 받은 적 있고요.
버튜버를 꿈꾸신다면 본인만의 캐릭터성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과 콘셉트 구상을 하신 후 시작하는 걸 추천해요.
Q. 두 가지 일을 병행하며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A. 아무래도 스케줄 관리가 힘들어요. 과외 같은 경우 외국학교 면접 준비 기간이나 자격증 시험 때는 평소보다 업무량이 많아지고, 인터넷 방송은 콘텐츠 성수기에 길게는 12시간 이상도 방송을 진행할 때가 있거든요.
과외는 어느 정도 일정을 예측할 수 있는데 방송은 당장 내일 일도 모르기 때문에 초 단위로 바뀌는 스케줄을 따라가기가 굉장히 까다로워요. 최근에도 갑작스러운 합방(타 스트리머와의 합동방송의 줄임말)이 3번이나 되고 대회 출전까지 하게 됐어요. 제가 준비한 방송 일정은 하나도 소화하지 못했죠.
이렇듯 인터넷 방송일은 스케줄 변화가 너무 잦아서 두 가지 일의 스케줄을 소화해내기가 솔직히 쉽진 않아요.
Q. 그렇다면 평소 스케줄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A. 과외는 학생들과 ‘타임트리(TimeTree)’라는 앱을 사용해요. 제 캘린더를 공유해서 매주 월요일마다 정해진 시간대에 수강신청을 하듯 제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어놨죠. 방송 스케줄과 겹치지 않도록 정기 방송 스케줄 앞 2시간 정도는 비워두고 있고요.
하지만 그럼에도 방송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기에 예상치 못한 스케줄 변동이 종종 발생해요. 초반엔 스트레스가 심해 약간의 탈모까지 왔었지만, 저도 이제 스트리머가 다 됐는지 익숙해져버렸네요.
Q. 이렇게 오랜 시간 두 가지 일을 해오고 있는 이유와 원동력이 궁금해요.
A. 책임감이 가장 큰 작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 본업이 교육직이잖아요. 담당 선생님이 중간에 교체되면 학생은 물론 학부모님에게까지 혼란을 드릴 수 있거든요.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간 가르친 학생들이 준비하던 과정이 무너져 힘들어 할 상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더라고요.
인터넷 방송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바빠서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방송을 켠 적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매월 구독해주시고 변함없이 기다렸다고 환영해주시는 시청자분들을 보면 두 가지 일 모두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은 이런 저를 답답해 하시며 사업이나 물려받으라고도 하시는데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끝까지 책임지고 도전하고 싶어요.
Q. 현재 삶에 대해 만족하시나요?
A. 100% 만족은 아니지만 제가 생각했던 안정적인 생활 소득이 가능하게 돼 저는 만족하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두 가지 직업 모두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고정적인 수입이 아니어서 불안할 때도 있지만, 현재 두 일 모두 안정적으로 진행하고 있기에 큰 걱정은 없어요.
Q. 앞으로 꿈은 무엇인가요?
A. 버츄얼 아이돌이 되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다른 버츄얼 아이돌처럼 커버곡도 보여드리고 진짜 아이돌처럼 공연도 하는 모습의 버튜버가 되고 싶어요. 이건 저뿐만 아니라 모든 버튜버의 최종 꿈이 아닐까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데일리팝 독자 여러분! 다소 생소하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직업 ‘버튜버’를 알아가는 데 제가 도움이 되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거부감이 느껴지는 직업일 수 있으나 모두 같은 사람이고 각자의 콘셉트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열정적인 직업이니 예쁘게 봐주세요!
제 생방송에도 놀러 와주신다면 정말 반가울 것 같아요. 뇨하뇨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