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10월 현재 400조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지난해 말 기준 10년 평균 장기 수익률은 2.07%로 낮은 편에 속한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2.2%)을 고려하면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수익률(2.75%)도 저조한 편이다.
이처럼 퇴직연금 수익률이 유독 저조한 이유로 계좌 이동의 번거로움이 꼽힌다. 퇴직연금 계좌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미리 모든 금융상품을 매도(해지)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손실 가능성도 이용자의 몫이기 때문에 수익률이 낮아도 사업자를 바꾸고자 하는 가입자가 적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오는 31일부터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상품 해지 비용과 수수료 비용을 낮춰 이용자의 퇴직연금 실물이전을 보다 용이하게 해 업계 경쟁을 촉진한다는 취지에서다.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은 현재 퇴직연금 계좌에 보유 중인 투자상품을 모두 팔아 현금화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만기 도래하지 않은 정기예금의 경우 이자 손실을 감수하고 중도해지 해야 했다.
펀드의 경우 매도 후 매수하는 동안 자산가치 상승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있는데다, 새로 옮긴 퇴직연금 계좌에서 투자 상품을 다시 골라 포트폴리오를 짜야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내 퇴직연금, 어떻게 옮길까?
퇴직연금 이전은 동일한 유형에서만 이전이 가능하다. DC형 퇴직연금 계좌를 운용 중이었다면 다른 금융사의 DC형으로만 이전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DC형 퇴직연금은 회사에서 관리하는 만큼 회사가 선정한 금융사로 회사가 정한 시기에 신청 가능하다. 개인형 퇴직연금인 IRP는 같은 IRP라면 언제든 원하는 금융사로 이전 가능하다.
DC형 계좌를 IRP로 이전하는 것은 같은 금융사 내에서만 가능하다. 만약 ㄱ은행에서 운용 중인 DC형 퇴직연금 계좌를 ㄴ증권의 IRP로 바꾸고 싶다면, ㄱ은행에서 DC형 계좌를 IRP로 바꾼 후 ㄴ증권의 IRP 계좌로 이전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퇴직연금에서 투자 가능한 모든 상품이 실물이전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좌 갈아타기가 가능한 상품은 예금 등의 원리금보장상품과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한 공모펀드, ETF(상장지수펀드) 등이다. 주식, 리츠, ELS(주가연계증권), 금리연동형 보험 등은 실물이전이 불가하다.
실물이전이 가능한 상품이더라도 환승하고자 하는 금융사가 같은 상품을 취급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만약 옮기려는 금융사에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ETF를 취급하지 않는다면 미리 매도해 현금화해야 한다.
어느 은행 수익률이 가장 높을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44조2451억원으로, 전년 동기(123조0202억원) 대비 21조2249억원 늘었다.
이들 은행의 올해 3분기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 평균 수익률은 DB형 3.86%, DC형 3.57%, 개인형 IRP 3.43% 등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원리금 비보장 평균 수익률은 DB형 9.67%, DC형 13.56%, 개인형 IRP 13.86% 등이었다.
해당 수익률은 최근 1년간 은행의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을 가리킨다. 퇴직연금은 투자처에 따라 원리금 보장과 비보장으로 나뉘는데 원리금 보장 상품은 퇴직연금을 은행 예금이나 국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한다. 반면 비보장 상품은 주식, 펀드 등 상대적으로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대신 운용에 따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국민은행 원리금 비보장 IRP로 14.61%를 기록했다. DB형의 경우 신한은행이 12.32%로 가장 높았고 DC형은 하나은행이 14.14%였다. 원리금 보장 상품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곳은 하나은행(DB형 3.92%, DC형 3.69%, 개인형 IRP 3.47%)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