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 CES에서 고기와 비슷한 식감과 향을 구현한 돼지고기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대체육 시장이 커지면서 푸드테크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하며 프렌차이즈 업체들도 대체육을 이용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친환경, 동물복지 등 윤리적 측면이 강조되면서 대표적 육류소비 국가인 미국에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비거니즘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이와 함께 최근 발생했던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돼지고기 대체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미국 시장 조사 전문 기관인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대체육 시장 지난 2017년 42억 달러에서 2025년 75억 달러(약 9조 1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업계는 2040년경에는 소비되는 육류의 40%가 대체육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양한 이유로 대체육 시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식되면서 관련 기업 투자가 늘고 시장 선점을 위한 새로운 제품 개발도 활발하다. 이에 따라 대체육을 개발하는 푸드테크 기업의 성장이 눈에 띈다.
'임파서블푸드'는 지난달 열린 미국에서 열린 CES에서 식감, 향, 육즙까지 구현한 식물성 돼지고기를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임파서블푸드의 '임파서블 포크는 감칠맛이 가미된 풍부한 맛이 특징으로 버거뿐 아니라 스프링롤, 만두, 소시지 등 다양한 제품의 재료로 이용되고 있다.
'임파서블푸드의 가치는 48억달러(약 5조7600억원)으로 추정되며 투자자 중에는 빌 게이츠를 포함해 코슬라벤처스, 알파벳GV, 테마섹 등 유명 벤처캐피털 등이 포함되어 있다.
'비욘드미트'는 지난해 각종 식당과 식료품점을 통한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신제품 개발과 프로모션에 힘을 쏟고 있다. 현재 협력 업체로는 칼스 주니어와 하디스, 던킨 도너츠, 캐나다 서브웨이(Subway) 등이 있다. 서브웨이는 비욘드미트 제품을 사용한 '미트볼' 메뉴를 판매할 예정이다.
비욘드미트는 2020년 들어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최근 1월 한 달 동안 주가가 최저 74.69달러(6일)에서 120달러(31일)로 60.8%가 상승했다. 여기에는 스타벅스가 대체육을 이용한 아침 식사 메뉴 추가를 고려한다는 점과 비욘드미트의 중국 진출 가능성 등이 영향을 줬다.
이밖에도 네슬레(소시지 대체품), 카길, 타이슨푸드 등 대형 식품·육류가공 업체들이 대체육시장에 뛰어들거나 투자를 하고 있다. 또 맥도날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도 대체육 버거를 내놓고 있다.
미국에선 버거킹이 지난해 4월 임파서블푸즈와 손잡고 식물성 고기로 만든 '임파서블 와퍼'를 시범판매했다. 또 KFC는 닭고기 맛이 나는 식물성 재료로 '비욘드 프라이드 치킨'을 선보였고 맥도날드 역시 비욘드미트와 함께 'P.L.T'(식물,상추, 토마토) 버거를 만들어 판매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식물성 고기를 활용한 버거가 출시됐다. 롯데리아가 업계 최초로 식물성 패티와 빵, 소스로만 만든 '미라클버거'를 지난 13일 출시했다. 미라클버거는 ‘Not Beef, But veef’란 콘셉트로 고기 없이 고기 맛을 내는 패티를 넣은 제품이다.
버거에는 푸드테크의 기술력이 적용됐다.콩 단백질과 밀 단백질을 최적의 비율로 조합해 고기의 식감을 재현했다.또 달걀 대신 대두를 사용해 소스를 만들었고 빵도 우유 성분이 아닌 식물성 재료로 만들어 버거 전체에 동물성 재료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2020년 현재 미국에서는 임파서블푸드와 비욘드미트의 제품을 활용하는 음식점은 2만 곳이 넘는다. 한국에서는 동원F&B가 비욘드미트와 독점계약을 맺고 햄버거 패티 등 제품 판매에 나섰다.우리나라는 아직 대체육 사업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대체육 제품이 세계적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푸드테크 흐름에 발맞춰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정부가 직접 나서 '한국판 임파서블푸드' 만들기 지원 사격에 나설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12월, 5대 유망 식품 집중 육성을 골자로 '식품 산업 활력 제고 대책'을 발표했다. 대체 식품 산업 육성을 위해 연구·개발(R&D) 지원 중장기 로드맵이 포함됐다. R&D 비용 세액공제 대상에 대체 단백질 기술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한편, 대체육은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식감과 씹을 때의 풍미가 실제 고기와 아직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또 '건강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미국 소비자단체들과 일부 학계에선 화학 첨가물이 가득 들어간 가짜 고기 보다 육식을 하는 것이 더 건강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