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업시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둘러싼 한일 간 절충이 하루 만에 엎질러졌다. '강제 노역(forced to work)' 표현을 놓고 일본 측이 강제성을 인정한 게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한국 외교부의 설명과 간극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독일 본에서 개최중인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일본의 근대산업시설군 일부에서 수많은 한국인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동원되어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로 노역'한 역사적 사실'이 반영된 세계유산 등재 결정문을 21개 위원국 컨센서스로 채택했다.
앞서 일본 대표는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라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권고를 충실히 반영할 것임을 언급한데 이어,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들의 희생자를 기리는 조치를 취할 것임을 발표한 바 있다.
WHC회의에서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 사토 구니(佐藤地)는 "1940년 대 몇몇 시설에 많은 한국인이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끌려와 가혹한 환경에서 일하기를 강요받았습니다"라고 언급했으나, 유네스코 등재가 확정된 직후인 5일 밤 일본 외무상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는 "일본 대표의 발언에서 'forced to work'의 표현은 강제노동의 의미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번복했다.
한국 정부는 이를 '강제노역'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일어판 번역문에서 '일하게 됐다'의 의미인 '하타라카사레타(働かされた)' 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성명이 전혀 강제노동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기시다 외무상이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일본 정부가 'forced to work'라는 표현에 '강제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 "영어의 뜻 그대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며 "7월 5일 등재 결정 당시에 세계유산위원회 의장도 영문본만이 정본이라고 선언한 바가 있다"는 우리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데일리팝=김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