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태광그룹이 흥국생명, 흥국화재 계열사를 동원해 일감몰아주기를 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흥국생명·화재 직원들의 설 명절 선물을 태광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한국도서보급 '도서문화상품권'을 줬다는 이유때문이다.
한국도서보급은 이호진 전 회장이 51%를, 아들 현준씨가 49%로 오너부자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자칫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일수도 있는 부분은 있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일감몰아주기 지적을 받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태광그룹 입장에서는 다소 언급하기 부담스러운 사안이기도 하다.
태광그룹은 따로 그룹 홍보조직이 존재하지 않는 관계로 그룹의 입을 담당하고 있는 태광산업 관계자에게 사안에 대한 질문을 하자 "상품권 일은 도서보급에서 흥국생명·화재 쪽으로 간 것이라 답을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다만 "그룹에서 따로 지침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흥국생명과 화재가 이번 명절에 전 직원에 지급한 상품권 금액은 각각 5만원, 10만원씩이다.
흥국생명으로 본다면 직원이 500명 가량에 5만원씩 약 2500만원 정도다. 일감몰아주기라고 말하기는 적은 금액이다.
공정거래법상 계열사간 내부거래는 200억원 또는 연간 매출의 11% 미만은 '안전지대'라고 칭한다.
이와 관련해 흥국생명 관계자를 통해 매년 상품권이 지급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해당 관계자는 "그룹과는 전혀 관련없는 일"이라며 "몇년 전부터 상품권이 명절 선물로 나왔다. 공정위 감사 때는 지적 받지 않은 일"이라며 당혹감을 표했다.
또 "다른 회사들도 다 자사 선물세트나 상품권을 주는데 일감몰아주기로 생각하는 것은 좀 그렇다"며 "시중에서 거래하는 금액보다 많이 측정해서 사서 직원들에게 나눠줬으면 부당지원이지만 시중에서 거래되는 공정가에 구매해서 지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흥국생명이 상품권 구입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2016년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춘천 소재 골프장 휘슬링락CC에서 판매하는 김치, 커피 등 식제품을 임직원 성과급으로 제공했다가 된서리를 맞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흥국생명 측은 김치, 와인 등의 업체선정 및 계약 추진 과정에서 가격적정성을 검증하지 않거나 예정가격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에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후에도 10Kg에 19만5000만원짜리 김치 선물을 강행한 것이 논란이었다.
한마디로 비싸게 시중가 보다 구입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됐던 것.
이 일로 인해 흥국생명 홍보팀은 언론 뭇매를 피하기 위해 발로 뛰며 고군분투했다는 후문이다.
앞서는 2011년 태광그룹 계열사인 동림관광개발과 골프장 법인회원권에 대한 우선분양권을 매입하면서 불리한 조건에 거래했다는 이유로 금감원에서 7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자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항소심에서 흥국생명이 오너가가 소유한 회사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한편, 한국도서보급의 영업수익은 2016년 72억9063만원, 이 중 계열사간 매출액은 상품권을 제외하면 48억원, 상품권은 17억에 달했다.
2016년 상품권을 가장 많이 구입한 곳은 약 7억3400만원치를 구입한 태광그룹 IT계열사 티시스였으며, 뒤를 이어 흥국생명(2억9500만원), 태광산업(2억7100만원), 흥국화재(1억8500만원) 순이었다.
상품권외 계열사간 매출은 흥국생명(19억5000만원)과 흥국화재(15억9000만원)가 다른 계열사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데일리팝=오정희, 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