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돌고 돈다"
즐거웠던 과거를 추억하며 감성에 젖게 만드는 복고는 늘 잔잔히 유행 중에 있다. 과거에는 복고라고 불리며 중장년층을 추억에 젖게 만들던 복고가 최근에는 조금 달라졌다. 이제는 '뉴트로(newtro)'라 불리며 '힙'한 것을 찾는 젊은층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밀레니얼(Millennial: 1980~2000년대에 출생한 인구집단) 세대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과거의 것들을 하나의 트렌드로 인식하고, 그 속에서 남다른 개성을 찾고 있다. 이에 각 업계에서도 밀레니얼 세대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구성하며 밀레니얼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한 업계는 유행에 민감한 패션 업계였다. 수많은 패션 브랜드는 최근 '어글리 슈즈'와 '아노락' 등 과거에 출시했던 제품들을 재출시하거나 리뉴얼하는 등 젊은층의 니즈를 확실히 파악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두 가지의 브랜드가 눈에 띈다. '아재 브랜드' 혹은 '촌스러운', '구닥다리'의 상징이었던 휠라와 엘레쎄가 최근에는 뉴트로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으며 놀라운 매출 상승을 이뤄낸 것이다.
휠라
창립: 1911년
창립자: 이탈리아의 필라 형제
휠라는 1998년 출시했던 운동화 디스럽터의 후속 버전으로 약 20년 만인 2018년, 디스럽터 2를 출시하며 뉴트로 열풍을 주도했다.
디스럽터 2는 출시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아 180만 켤레, 해외에서는 약 820켤레를 판매했으며 미국 신발 전문 매체 풋웨어뉴스는 '2018 올해의 신발'로 디스럽터 2를 선정하기도 했다.
과거의 디자인을 모방한 만큼 투박하고 못생긴 신발이지만 밀레니얼 세대는 오히려 촌스러운 것에 이끌렸다. 이른바 '어글리 슈즈'라 불리는 이 운동화들은 컨버스 운동화에 실증을 느끼던 밀레니얼 세대에게 색다른 감성을 선사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휠라는 혁신을 벗어나 과거로 돌아갔다.
2013년부터 매출이 줄어든 휠라는 2016년에는 적자의 쓴 맛을 맛보기까지 했다. 지나치게 앞서 나가려던 혁신이 문제였다. 하지만 휠라는 브랜드의 100년 역사를 돌이키며 과거 디자인을 재해석한 제품을 내놨으며, 이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특별함을 주는 계기가 됐다.
100m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 법한 큰 로고, 투박하고 촌스러운 어글리 슈즈, 아노락과 버킷햇 등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담은 제품들을 계속해서 출시하고 있다.
적자를 경험했던 2016년 말부터 뉴트로에 집중했던 휠라는 2016년 9671억 원이었던 매출을 2017년 2조 5303억 원까지 올리게 됐다. 1년 만에 162% 매출 상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휠라는 한물 갔던 브랜드에서 뉴트로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것이다.
엘레쎄
창립: 1959년
창립자: 이탈리아 중부 페루자의 레오나르도 세루바디오
전통적인 아웃도어가 아재의 상징이었다면 뉴트로의 여파로 아웃도어는 '패션 피플'들의 멋내기 옷이 되고 있다.
어글리 슈즈에 이어 뉴트로의 수혜를 한 몸에 받은 패션 제품은 아노락이다. 아노락은 등산이나 스키를 즐길 때 입는 후드가 달린 점퍼로, 일명 '바람막이'와 같은 옷이다. 등산복과 스키복을 통해 대중화됐던 아노락은 8090 세대를 거쳐 스트릿 감성의 패션으로 자리잡았으며, 이에 패션 브랜드들 또한 너도 나도 아노락을 출시하고 있다.
이러한 아노락의 인기가 죽어가던 브랜드까지 살리고 있다. 20년 전 반짝 인기를 끌었던 '엘레쎄'는 최근 아노락의 인기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엘레쎄는 1959년 이태리에서 혁신적인 스키바지를 시작으로 겨울스포츠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후 이를 토대로 다른 스포츠로까지의 영역을 확장했다. 또한 1990년대에는 남색과 주황색 등 엘레쎄의 헤리티지를 담은 선명한 색감과 정통 스포츠웨어 디자인으로 휠라와 푸마 등의 인기 스포츠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두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며 엘레쎄는 오랜 침체기를 겪게 됐다. 스포츠웨어 시장 경쟁의 심화와 캐주얼 브랜드의 인기 상승 탓이었다.
오랜 침체기를 뒤로 하고, 최근에는 뉴트로 트렌드의 영향을 받아 레트로 감성과 컬러풀함으로 젊은 소비자들에게 다시금 어필 중에 있다. 화려한 색감과 심플한 디자인을 강조한 아노락 재킷은 초도물량 1000장이 모두 완판되고 리오더 제품 역시 많은 사랑을 받으며 밀레니얼 세대에게 사랑 받고 있다.
이외에도 엘레쎄는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담은 맨투맨과 저지 등 뉴트로 상품들로 2019년에는 2018년 대비 160%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