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는 예상하지 못한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소비자들에게 신선함과 개성, 소비의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패션업계의 트렌드는 예상치 못한 곳으로도 흘러가고 있는 추세다. 각종 'IT 기술'과의 컬래버레이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업계의 협업은 예상보다 빠르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그렇다면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제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삼성전자는 2020년 2월 11일(현지시간), 두 번째 폴더블폰 '갤럭시Z'를 선보이며 명품 패션 브랜드 '톰브라운'과 협업한 프리미엄 패키지 '갤럭시Z 플립 톰브라운 에디션'을 함께 공개했다.
최초의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가 기계에 관심이 많은 '테크 얼리어답터'를 겨냥한 제품으로 출시된 제품이라면, Z 플립은 밀레니얼을 중심으로 폴더블폰의 '대중화'를 목표로 만들어졌다. 가격은 100만 원대로 낮추고 화면을 상하 2개로 분할하는 '플렉스' 모드를 지원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SNS의 활용도를 높였다.
특히 이번 톰브라운과의 협업은 갤럭시Z 플립이 '패션 아이템' 중 하나로 각인되길 바라는 삼성의 야심이 녹아 있다는 평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김태중 상무는 "갤럭시Z 플립은 사용자의 삶에 패셔너블한 감성을 더해주는 '아이콘'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톰브라운을 상징하는 회색 수트와 빨강, 흰색, 파랑으로 이루어진 'RWB' 줄무늬를 Z 플립에 그대로 녹여낸 톰브라운 에디션은 스마트폰이 톰브라운 수트를 입은 듯한 모습으로 연출됐으며, 작게 '톰브라운'의 로고를 각인하며 스마트폰 이상의 가치를 더하기도 했다.
명품답게 가격은 2500달러, 국내에는 297만 원으로 출시됐다. 물론 이번 에디션에는 톰브라운의 디자인을 더한 '갤럭시 워치 액티브2'와 '갤럭시 버즈 플러스'가 포함됐다고는 하지만 Z 플립의 출고가가 165만 원인 것과 비교해 보면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톰브라운 에디션은 온라인 한정판매가 시작된 21일 자정 이후, 약 2시간 만에 완판됐다. 삼성닷컴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엄청난 인파가 몰려든 것으로 추정된다. 새벽시간 내내 홈페이지 접속 장애가 이어진 탓에 실제 완판된 시점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야말로 대단한 업적을 이루어낸 것이다.
애플 역시 2015년부터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와 손을 잡고 '에르메스 애플워치'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출시된 애플워치5 역시 에르메스와 협업을 진행했다. 이번 에디션은 '애플워치5 에르메스 블랙 에디션'으로. 애플워치5의 스페이스 블랙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와 에르메스의 스위프트 레더 스트랩이 어우러져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애플워치 에르메스의 경우 기존 애플워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UI와 에르메스의 정체성이 담긴 스트랩을 제공하며 출시될 때마다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에르메스 애플워치의 가격은 1100~1500달러 내외로, 보통 3000달러 안팎인 에르셈스 시계보다는 낮은 가격에 책정되기 때문이다.
이번 애플워치 5 에르메스 블랙 에디션의 경우 활동성을 고려해 가죽 스트랩과는 별도로 에르메스 로고가 각인된 블랙 색상의 스포츠 밴드도 함께 포함됐다. 보통 강렬한 오렌지나 화려한 문양을 사용하던 에르메스가 블랙 콘셉트를 선보인 것이 소비자들을 자극하며 자연스레 소비로까지 이어졌다.
사실 IT업계와 패션업계의 만남은 과거부터 이루어져 왔다.
2007년, LG전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와 협업해 '프라다폰'을 출시했다. 프라다폰은 전세계 명품 컬래버레이션 핸드폰 중 가장 대중적이고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하며 세 번째 버전까지 선보이기도 헀다.
당시 키패드를 사용했던 일반적인 '피처폰'과는 달리 세계 최초로 3인치의 터치스크린을 적용했으며, 명품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도 흔치 않아 출시 당시부터 국내외를 막론하고 큰 인기를 끌게 됐다.
깔끔한 외형과 검정 배경 및 화이트 단색으로 된 절제된 디자인으로 세련미를 극대화한 Ui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었고, 프라다를 연상시키는 사피아노 가죽의 파우치가 함께 제공하며 특별함을 더했다.
뜨거운 인기를 맛 본 LG는 이후 슬라이딩 방식의 쿼티 자판을 내장한 '프라다2'도 선보였다. 더불어 발신자 정보 표시와 문자메세지 확인, 통화 거절 등 스마트워치의 원조격으로 인정받고 있는 손목시계겸 블루투스 명품 악세서리 '프라다 링크'를 함께 선보이며 시대를 앞서가는 기술력과 기획력을 보여 줬다.
그런가 하면 2011년에는 오리지날 프라다폰의 디자인과 UI를 그대로 계승하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갖춘 프라다 3.0 스마트폰도 89만 원이라는 대중적인 가격으로 선보이며 매 시리즈마다 혁신을 더한 것으로 유명하다.
더불어 '스카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유명한 팬택 역시 2009년, 명품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바 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에스 티 듀퐁'과 제휴해 만든 '스카이 듀퐁폰'이 그 주인공이다.
에스 티 듀퐁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137년 전통의 명품브랜드로, 뚜껑을 열 때 '퐁' 하는 소리가 나는 라이터로 유명하다. 팬택의 듀퐁폰 역시 라이터 뚜껑을 여는 것처럼 듀퐁폰의 홀더 커버를 열 때 '퐁' 하고 맑은 소리가 나는 게 특징이다.
제품 상단 부분은 18K 금으로 장식해 개성을 더했다. 측면은 금장을 입혀 금은 세공기술에 노하우를 가진 듀퐁의 세련된 감각을 표현했다. 18K 금장 모델의 경우 100만 원 안팎의 가격으로 당시 핸드폰과 비교했을 때 가격대가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출시 당시 온라인 구매 예약 사이트 서버가 접속자 폭주로 다운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테크와 명품이 만난 컬래버레이션 제품이 비싼 가격을 책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나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첫 번째 이유로는 패션 브랜드의 가치와 명성을 스마트 디바이스에 부여함과 동시에 패션 브랜드와 IT 브랜드 등 두 브랜드의 충성고객을 모두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라 추측된다.
명품 패션 브랜드의 명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는 일부 반응도 존재하지만, 명품 브랜드 역시 IT 브랜드와의 협업을 진행함으로써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할 수 있어 손해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현재 소비 시장은 젊은 세대가 쥐고 있는 추세이며, '밀레니얼 세대'가 명품 소비층으로 새롭게 부상하며 이들의 지갑을 여는 것이 곧 명품 브랜드에게도 생존 전략으로 자리잡았다.
그런가 하면 비용적인 면에 있어 복합적인 요소도 존재한다. 항상 소지할 수 있다는 점과 기존 명품 브랜드의 가격을 생각해 보면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톰브라운의 경우 기본 수트 가격만 400만 원 대에 달하며, 에르메스의 인기 제품인 '에이치아워'의 경우 300만 원 중반대의 가격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애플워치 5 에르메스의 경우 150만 원 가량. 최근 출시된 애플워치 5 모델의 경우 약 54만 원부터 소재에 따라 90만 원에 달하거나 100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특히 애플워치 에르메스에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스틸 케이스로 구매할 경우 90만 원에 달한다. 따라서 소비자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브랜드의 가치를 누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약간의 돈만 더 투자하면 명품 시계를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라 풀이된다.
또한 갤럭시Z 플립 톰브라운 에디션의 경우에는 신선함까지 지녔다. 본래 톰브라운의 경우 시계를 출시하지 않지만 이번 에디션 출시로 인해 톰브라운의 시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울린 것이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