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을 주장하며 공식 승인했다. 하지만 백신에 대한 임상실험 자료와 안전성, 효능에 대한 검증 부족 등으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는 11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공식 등록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원격 내각회의에서 "오늘 아침 세계에서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이 등록됐다"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지속적인 면역 효과가 입증됐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백신이 필요한 검증 절차를 거쳤으며, 자신의 두 딸 중 한 명이 백신 주사를 맞았고 건강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은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 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것으로, 3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당 백신은 인체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한 지 2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가말라야 센터는 지난달 중순 모스크바의 세체노프 의대와 부르덴코 군사병원에서 각각 38명씩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1차 임상 시험을 마무리했다. 또 2차 임상시험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안전성과 효능 입증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특히 러시아는 임상시험 중 가장 중요한 단계인 3상을 마치기 전 등록을 승인했다. 러시아는 이달 말부터 의료진부터 접종을 시작한 뒤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중남미, 중동, 아시아 국가가 관심을 보인다며, 이미 20여 개국에서 10억회 분이 넘는 백신 공급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과 독일 등 서방국가 보건당국 관계자들은 러시아 백신의 품질과 효능, 안전성에 대해 "1, 2차 임상조차 알려진 자료가 거의 없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 승인에 국제 사회가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것과 달리 필리핀은 적극적으로 이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1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10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백신이 도착하면 공개적으로 나부터 직접 접종할 것"이라며 "러시아 백신이 인류에게 좋다고 믿는다며 러시아와의 우호적인 관계 덕분에 백신을 제공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러시아의 백신 제공에 감사를 표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코로나19 백신을 적극 도입하겠다고 한 것은 필리핀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의 심각성 때문이다. 13일 오전 6시 기준, 필리핀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4만 3749명, 사망자 수는 2404명이다.
한편 세계 각국도 코로나19 백신이 임상 3상에 들어가며 연내 공급을 위해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 대형제약사 화이자는 지난달 27일 동시에 각각 3만명 규모의 3상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또 존슨앤드존슨, 노바백스, 이노비오 등도 조만간 3상 시험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 영국도 백신 개발 선두 주자다. 중국은 시노백이 최근 브라질에서, 시노팜(중국의약집단)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3상 시험에 돌입했다. 영국은 옥스퍼드대와 함께 백신 개발에 나선 아스트라제네카가 조만간 3상 시험에 착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