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0일 독도 방문을 계기로 한일 관계의 급속 냉각이 진행 되고있다.
우리 정부는 대통령으로서는 첫 독도 방문을 통해 독도가 당연하고 명백한 한국의 영토라는 점을 대외에 천명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반면 일본은 즉각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강력히 반발하며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최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억지 주장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여 오던 우리 정부 역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한층 대응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돼 한일 양국의 '강(强) 대 강(强)' 대치가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울릉도를 방문한 뒤 곧바로 독도를 둘러볼 계획이다.
이 대통령의 울릉도·독도 방문은 역대 대통령 중 최초다.
광복절을 앞두고 있는 상황과도 맞물려 정부가 영토 수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계획은 일본 방위성이 지난달 31일 8년 째 독도 영유권을 담은 방위백서를 발간하면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우리 정부 역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는 와중에 진행됐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일본이 방위백서를 발간하자 예년의 대변인 명의 논평을 성명으로 격상하고 항의 내용을 담은 문구도 예년에 비해 한층 대응 강도를 높였다.
외교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 정부가 어떤 양보도 없이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최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대외 여건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는 이번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강화에 대응하는 연장선에 있다는 뜻으로, 향후 예상되는 일본의 반발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가 강하게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은 예상했던 대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사실이 알려지자 우리 정부에 방문을 즉각 중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할 경우 신각수 주일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해 항의하는 등의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일본은 또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이뤄지면 강한 항의의 뜻으로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겐바 고이치로(玄葉光一郞) 일 외무상은 이날 "방문이 실행된다면 우리의 입장에 배치된다"면서 방문 중지를 요구했다. 겐바 외무상은 "일본은 의연하게 대처하겠다"고도 했다.
또 다른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일본의 고유 영토인 다케시마(일본이 독도를 부르는 명칭)를 방문할 경우 양국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하타 유이치로(羽田雄一郞) 일본 국토교통상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자국의 2차 세계대전 패전일인 오는 15일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정권은 2009년 출범 이후 주변국과의 외교 마찰을 감안해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허용하지 않았던 만큼 일부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가 강행될 경우 한일 관계는 더욱 냉각될 전망이다.
일본은 우리 정부를 향한 이 같은 강한 반발을 통해 대외적으로 독도가 분쟁지역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노리고 있어 좀처럼 물러서지 않을 공산이 크다.
우리 정부 역시 최근의 기류를 감안할 때 한동안 강공으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2008년 일본 정부가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새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문구를 명시하자 한승수 국무총리가 정부 수립 이후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권철현 주일본 대사를 일시귀국이라는 형식을 빌려 본국으로 소환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정부의 대응 수위는 과거 수준을 넘어설 수도 있어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최근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 동중국해 대륙붕 영유권 문제 등으로 악화되고 있는 한일 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가 오는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고, 일본 역시 조기 총선이 예상되는 등 양국의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도 영토 문제라는 휘발성 높은 사안을 놓고 양국이 물러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독도의 분쟁지역화를 우려해 견지해 온 '조용한 외교' 정책을 거두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국정 최고 수반인 대통령이 우리의 고유 영토를 방문하는 것은 분쟁지역화 우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