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기업의 변화는 필수적이다. 기업차원의 굵직한 변화 없이 개인의 실천이나 공공 영역의 변화만으로는 전력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란 매우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ESG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재생에너지는 현재 사용가능한 에너지원 중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안전하고 경제적인 선택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2015년 국내 주요 IT 기업 7곳을 대상으로 하여 데이터센터의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것을 요구했던 캠페인을 시작으로,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촉구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국내 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여 기후위기 대응에 시급히 나설 것을 촉구하고자 'RE에너자이즈(REenergize)' 캠페인을 시작한다. 그 시작으로, 올해는 국내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하여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10대 그룹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을 감안할 때, 이들 그룹 차원의 변화가 시작되어야 국내 기업 전체의 재생에너지 사용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확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10대 그룹의 매출 규모는 같은 기간 국내 명목GDP 1,924조 원의 절반을 상회한다(57%). 삼성그룹 한 곳의 매출 규모(333조 원)만 해도 전체 GDP의 17%에 달한다.
그린피스의 '10대그룹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 성적표' 보고서에서 실시한 이번 설문에는 100개 계열사 중 44곳만이 설문에 응답했다. 삼성, SK는 전 계열사가 설문에 응답한 데 반해,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GS는 전 계열사가 설문에 응답하지 않았다.
설문에 응답한 기업 44곳 중 37개사만이 향후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7곳인 롯데그룹 4개 계열사(롯데쇼핑, 롯데건설, 롯데하이마트, 롯데푸드) 및 포스코 3개계열사(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아이씨티, 엔투비)는 향후에도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더불어 조달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37개사 중에서도 구체적인 목표 연도를 명시한 곳은 25개사에 그쳤다. EGS 경영, 기후대응 의지를 대외적으로 강조해 왔던 국내 10대 그룹 중에서, 장기적인 달성 목표 연도를 내보일 정도로 이행의지를 갖춘 곳은 25곳에 불과해, 대외적으로 내보이는 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로는 계획이나 준비가 미비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주요 그룹이 최고경영자 차원에서 강력한 드라이브를건다면, 그러한 결정이나 경영 방침은 그룹 계열사를 넘어 협력업체와 경쟁업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흐름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주요 그룹 및 총수 차원에서의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이 중요하다.
또한 국내 10대 그룹은 그 자체로 상당한 전력을사용함으로써 그만큼 기후위기를 초래한 책임이 있으므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할 의무가 있다.
2020년 한 해 동안 한전이 10대 그룹 총 100개 계열사에 판매한 전력은 우리나라 주택 전체에 판매한 양보다 많았다. 주택용 전력 총구매량이 약 76TWh인 데 비해, 100개 계열사의 전력 구매량은 약 89TWh였다.
국내 100개 기업이 2,000만 가구가 쓰는 것보다 더 많은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편, 기후위기의 심각성 및 기업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주요 10대 그룹 및 총수들은 대외적으로
기후위기 대응 및 ESG 경영의 필요성과 역할, 리더십을 강조해 왔다.
이번 설문에서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 연도를 제시한 25개사 중 10개사가 SK그룹 계열사로, 10대 그룹 중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이나 이행 의지가 가장 두드러졌다.
한편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20%로 한다는 정부의 'RE3020'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강화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34%, 적절하다는 응답은 61%인 반면, 과도하다는 의견은 5%에 그쳤다.
기업들이 정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에 공감하는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기업의 재생에너지 100% 조달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의 관련 제도 및 지원이 강화되고 공급 목표가 상향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도 응답 기업의 대다수인 86% 기업들이 ‘그렇다’라고 답하여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