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당하다’ 들어보셨나요?
글로벌 유통 공룡 '아마존'이 기존 사업자들의 영역에 진출하면서 시장을 장악해버리자 '아마존 당하다'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더불어민주당은 '카카오 당하다'를 우려 중이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주가가 하루 만에 각각 10%, 7.9% 가량 곤두박질 쳤다. 시가총액이 약 13조원이 증발한 상황이다.
그동안 막대한 가입자를 보유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대리운전, 스크린 골프 등 업종 무관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해오던 카카오에 대한 정치권의 날선 비판이 이어지면서 '규제' 카드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때리기에 나서자 외국인과 기관이 대량 매도를 시작하면서 하락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실 공식 타깃은 '카카오'인데, 네이버는 인터넷 플랫폼 규제라는 큰 프레임에 불똥이 튄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상품을 중개해왔던 일부 온라인 금융플랫폼에 대한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적용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9월 7일 금융위원회는 '제5차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상황 점검반 회의'를 개최해 영업행위의 금소법 적용대상 여부에 대한 판단을 돕기 위해 주요 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 사례를 검토했다. 여기에는 금융소비자 권익보호 및 건전한 시장질서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금소법 취지를 우선적으로 적용했다.
이에 따라 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의 목적이 정보제공 자체가 아니라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는 일반적으로 중개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핀테크 회사들이 플랫폼에서 상품을 추천하고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보여주고 있는 서비스들에 대해 금융위·금감원은 '단순 광고대행'이 아닌 미등록 중개행위로 판단하고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당국의 규제에 앞으로는 보험, 신용카드 등 여러 금융사들의 투자 상품을 비교해주는 서비스를 보기 힘들 전망이다.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은 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토스 등 온라인 금융플랫폼을 운영하는 전반적인 핀테크 회사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온라인 금융플랫폼이 금융상품 판매업자가 아님에도 소비자가 플랫폼과의 계약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는지도 감안했다.
첫 화면에서 '결제, 대출, 보험 등'과 함께 '투자'를 제공서비스로 표시는 '금융상품 정보제공' 행위의 경우 중개행위에 해당된다. 소비자는 금융상품 계약주체를 플랫폼으로 인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또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하는 행위도 중개에 해당된다.
맞춤형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플랫폼이 판매업자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판매업자가 아닌 경우 자문서비스지만 판매업자인 경우 중개행위다.
다만 맞춤형 금융상품에 대한 분석에 그치지 않고 가입지원을 하는 경우도 중개해 해당된다.
물론 카카오나 네이버가는 발 빠르게 규제를 대응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상장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페이는 이슈가 발생한 당일 "보험 비교 서비스는 자회사이자 금융상품 판매 대리·중개업 회사인 KP보험서비스가 진행하고 있다"며 추가 보완점도 확인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카카오를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낙점하고 몰매를 때리고 있다.
곧 있을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경제’를 핵심 안건으로 삼은 것은 물론,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공룡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플랫폼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근절 및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 토론회'이라는 이름으로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송갑석 민주당 의원은 "혁신과 성장의 상징이었던 카카오가 소상공인에게 높은 수수료를, 국민에게는 비싼 이용료를 청구하며 이익만 극대화하는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카카오의 무자비 한 사업확장의 문제를 강력히 지적하고 소상공인이 체감할 수 있는 상생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회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들이 잇따라 입법되면서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