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한국 경제···고령화+가계부채의 덫
우울한 한국 경제···고령화+가계부채의 덫
  • 정도민 기자
  • 승인 2012.10.2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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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자형 침체’, ‘내수 부진’, ‘수출 감소’, ‘불황‘등 우울한 한국 경제를 시사하는 용어들이다.

한국 경제는 12월 대선과 맞물려 경제 난국에 대한 해법 논의는 실종된채 정치적 수사만 떠돌고 있는채 조금씩 저성장의 늪으로 발을 내딛고 있다. 경제 위기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고 있는 상황에 급속한 고령화와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빚 문제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2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2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3분기 실질 GDP는 전분기보다 0.2% 성장하는데 그쳤다

3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2.4% 달성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성장률 하락은 우리 경제 저성장 국면을 수치로 단적으로 보여주는 경제지표다.

출범 당시 7% 성장률을 약속했던 MB정부의 공약은 산산조각이 난지 오래고 그래도 차츰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속에 주뼛주뼛 제시했던 내년 4% 성장률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미 대한민국 경제 사령탑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재정부 종합감사를 통해 내년 성장률이 4% 아래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실토했다.

미국 대선에 따른 재정절벽(fiscal cliff) 여부와 중국의 경기부양책, 독일 총선에 따른 유로존 정책 등이 불확실성의 원인으로 꼽혔다.

한국은행은 정부보다 성장률 전망치를 더 낮춰잡았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을 3.8%에서 3.2%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 양대 금융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을 3.6%로 내려 잡았다.

이마저도 불안한 것은 이런 수치의 전제조건이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되고 미국이 재정절벽에서 벗어난다는 점에 있다는 것이다.뒤집어 말해 향후 유럽의 재정위기가 2년이상 장기전에 들어가고 미국이 재정절벽 위기에 직면한다면 성장률은 더 떨어질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낮은 성장률보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경제가 경착륙 조짐을 보인다는 것이다.

올해 우리 경제의 견인차인 수출은 추락하고 있다. 지난 9월까지 수출은 4084억3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줄었다. 지난해 무역 1조달러 달성으로 터뜨렸던 샴페인을 김이 빠진지 오래고 정부는 무역수지가 플러스를 유지하는 ‘불황형’이라도 흑자를 지키는데 위안거리를 삼고 있다.

눈을 서민 경제로 돌려보면 불황의 강도를 체감할수 있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고공행진의 기저효과로 2%대라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식탁 물가는 요동치고 있다. 지난 여름철 잇단 태풍의 영향으로 당장 김장배추의 가격이 급등할 것으로 전망돼 정부는 비축·계약물량은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 소비의 바로미터로 평가되는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 감소가 뚜렷하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10년 전 가격’, ‘반값’ 등의 문구로 손님을 유혹하지만 좀처럼 지갑은 열리지 않는다. 소비자의 실질경기를 보여주는 이마트지수는 지난 3분기 96.1로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건수는 4만4382건으로 월평균 7397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339건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불황탓에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보다 리스크 관리에 몰두 하고 있다. 투자를 통한 공격적인 경영보다 자금 확보 등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조선업계의 간판 기업인 현대중공업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수주량이 당초 목표치의 34% 선에 그친데 따른 고육책이다. 삼성과 LG는 군살빼기에 들어갔고 현대차의 경우 최근 미국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불황의 장기화는 저성장의 고착화로 될 가능성이 높다. 저성장의 가시화는 최근 각종 기관이 내놓는 잠재성장률 하락에서 엿볼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오는 2016년까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3.7%로 내다봤다. 2004~2007년 4.4%, 2008~2011년 3.9%보다 현저하게 낮아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018년 이후 2.4%로 뚝 떨어진 후 2031년 이후에는 1.05%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임희정 경제동향실장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확실히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 힘들다”면서 “향후 경기회복 정도를 살펴봐야 하는데 3분기 회복세가 미미하면 저성장 기조인 L자형 침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실장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경기가 썩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2014년께 잠재성장률에 근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향후 경기회복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한국 경제가 동반 상승하기 위해서는 가계부채 문제의 해결과 기업의 경쟁력 향상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