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한국 경제를 병들게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 교수는 정치권이 내세우는 경제민주화 움직임을 혹독하게 평가했다.
대내외 동시다발적인 악재거리에 샌드위치 입장이 된 한국 경제에 경제민주화 논의가 전혀 도움이 되질 안는다고 톤을 높였다.
경제민주화 전략이 '재벌' 프레임에만 매몰된 나머지 생산적 논의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애당초 경제민주화를 쌍수들고 환영했던 중소기업계마저 최근들어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분위기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 휴대전화 업체에 납품을 하고 있는 한 업체의 사장(54)은 "경제민주화 경제민주화 하는데 피부로 다가오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내용 없이 그냥 말로만 떠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내놓은 정책들을 보면 표만 구걸할뿐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대선을 불과 한달여 앞둔 가운데 정치권의 대표 '먹거리' 이자 절대 화두인 경제 민주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현장에서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안철수 대선후보의 멘토인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요즘 정치권에서 떠드는 경제민주화는 지나치게 '좁쌀'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며 일자리와 물가를 똑바로 하는게 과녁이라고 화살을 날렸다.
이 전 부총리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는 재벌을 해체하느냐, 또는 재벌의 투자를 제한할 것이냐 마느냐를 따지는데 급급하다”며 “일자리, 물가안정, 소득분배 등 거시정책을 제대로 하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첫걸음”이라고 못박았다
대기업 순환출자규제와 금산분리 강화 등 감정적 또는 단편적으로 흘러가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에 일침을 놓은 것이다.
같은 날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경제의 어려움을 풀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기업에 대한 격려를 계속 보내줘야 한다"고 거들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잇단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받고 녹색기후기금(GCF) 등 유수의 국제기구를 유치하는등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자체는 잘나가지만 기업과 서민들은 죽을 쑤고 있다.
가계빚은 1000조원에 육박하는데 집값은 뚝뚝 떨어지는데다 식탁물가는 고공비행을 하면서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장기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 매자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유수의 대기업들도 앞다퉈 구조조정 작업에 뛰어들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에 최근의 환율 하락은 치명적이다. 지난 5월 1185 수준이던 원 달러 환율은 30일 현재 1092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환율이 50원 내려가면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2조원이 줄어든다.
물론 환율 하락이 내수 기업에겐 호재로 작용할수도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이 50원 낮아지면 올해 예상 순이익이 기존 4081억원에서 7461억원으로 82.8%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항공유 도입가격 인하 효과에다 원화 강세로 인한 해외 여행객 증가까지 겹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출은 우리경제의 견인차인만큼 수출기업의 타격은 한국 경제 전체에 중·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밖에 없다.
정부는 '3분기 바닥론'을 내세워 애써 태연한 모습이지만 눈치빠른 시장은 아예 고개를 돌리고 있다.
급기야 경제사령탑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도 장밋빛 전망에서 한걸음 물러섰다. 다급해진 정부는 다음달 1일 예정됐던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사흘 앞당겨 열었다.
일각에서는 수명이 초읽기에 들어간 현 정부가 아예 손을 놓은 것이 아니냐는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재정확대와 금리인하 등의 방법은 실기했고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임기 내에 실행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취득세·양도세 감면 등의 '스몰볼'은 더 쓸 카드가 없다. 박재완 장관 역시 추가 경기 부양책은 없다고 공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부양의 '효과를 지켜보자'며 팔장만 끼고 있는다면 시장경제학자들의 주장대로 내년 2월말 출범할 차기 정부는 엄청난 청구서를 떠안을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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