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의회가 친환경 투자 기준인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가스와 원전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확정하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석탄, 석유와 더불어 온실가스 주 배출원 중 하나인 천연가스와 사고 위험성과 폐기물, 긴 공사 기간, 경제성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원자력이 유럽 그린 택소노미에서 포함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천연가스 발전의 경우, 1kWh 발전량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70g까지 인위적으로 낮추려면 이미 여러 번 상용화에 실패한 탄소포집저장 장치를 달아야 하거나 다른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낮아진다. 여기에 더해 유럽 배출권 거래제는 발전 부문의 탄소 배출권을 100% 유상할당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 원자력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사고 저항성 핵연료 사용과 핵 폐기물 매립장 확보라는 단서도 붙었다.
그린피스는 "사고 저항성 핵연료는 아직 상용화 되지 않았고 성공 여부도 미지수다. 여기에 더해 핵폐기물 매립장 확보는 아주 많은 장애물이 있는 문제여서 해결이 어려울 수 있고 사회적 합의가 된다고 해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이번 결정으로 인해 원전과 가스발전에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EU 회원국 중 이미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을 30-40% 이상 달성한 나라들이 많으며 독일의 경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을 80%까지 높이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일 정도로 적극적이다”라고 강조하며, “우리나라는 이번 택소노미 결정과는 별개로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는 물론 국내 수출기업의 RE100 대응을 위해 필수적인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빠른 확대를 위해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은 “원자력은 2021년 국내 발전량의 27.4%를 차지했는데 이는 전 세계 원자력 발전 비중 9.9%의 세 배 수준이다. 이미 높은 원전 비중을 더 높이려고 한다면 EU 그린 택소노미 기준에서 제시된 사고 저항성 핵연료 사용과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시설 확보 등 안전 기준을 먼저 강화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결정으로 유럽에서 원자력 르네상스가 시작된 것처럼 해석하거나 홍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그린피스는 이번 결정에 대해 유럽집행위원회에 공식 내부 검토 요청을 제출할 예정이며, 유럽 사법 재판소에 소송도 불사한다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