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비엠더블유,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 경유 승용차 제조사들(이하 ‘4개사’)이 배출가스 저감기술(SCR)을 개발하면서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23억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NOx는 자동차 엔진이 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주로 형성되는 독성가스로서 오존, 산성비 등의 원인이며, 천식, 호흡기 이상, 폐기능 저하, 폐질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에 대한 규제가 강화돼 가는 추세이다.
EU는 지난 2014년 9월 시행된 Euro 6b를 통해 이전 단계(Euro 5: 0.18g/km)보다 2배 이상 NOx 규제를 강화했고, 한국도 같은해 1월 시행된 NOx 배출허용기준에서 이전(0.18g/km)보다 2배 이상 NOx 규제를 강화했다.
4개사는 당시 업계에서 사용했던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및 NOx 포집장치(LNT 또는 NSC)로는 강화될 규제를 충족할 수 없고, SCR과 같은 NOx 후처리장치를 사용해야만 규제 충족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 과정에서 4개사는 요소수 소비량 감소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4개사는 2006년 9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회합해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기 위해 이중 분사 방식을 채택하고, 이를 위해 Fill-Level mode에서 Feed-forward mode로 전환되는 조건(Bit 1~3 및 7)을 합의했다. 그 후 4개사는 2006년 12월 전화회의에서 Feed-forward mode로의 전환 조건을 추가(Bit 4~6)하기로 합의했다.
합의 내용이 반영된 SCR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경유 승용차를 제조·판매했고, 그 결과, NOx 저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수 분사전략을 연구·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했다.
공정위는 4개사의 행위는 보다 뛰어난 NOx 저감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유 승용차의 개발 및 출시를 막은 경쟁제한적 합의한 것으로 봤다.
또한, 상품의 종류·규격도 경쟁의 한 요소라는 점에서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며,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상품의 종류·규격을 결정하는 것은 사업자의 혁신 유인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 것으로 판단했다.
4개사가 합의한 Feed-forward 모드 전환 Bit 2~6은 요소수 소비량(분사량) 감소를 목적으로 함으로써 NH3 Slip 방지 등의 효과는 확인되지 않으면서 NOx 저감 성능을 희생하는 결과를 초래했으며, 이를 통해, 4개사는 단일분사 전략의 장점(NOx 배출 최소화)은 유지하고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친환경 혁신 기술 개발 경쟁을 공동으로 회피했고, 그 결과, 국내 소비자들이 NOx 저감 성능이 우수한 친환경차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했다고 봤다.
또한, 이 사건 합의의 결과로 탄생한 SCR 소프트웨어 기본기능은 비엠더블유를 제외한 3개사의 경유 승용차 배출가스 불법조작 사건(일명 ‘디젤게이트’)이 발생하는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6호을 적용해 4개사에게 시정명령(행위금지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23억 원(잠정)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R&D(승용차 배출가스 저감기술 개발)와 관련된 사업자들의 행위를 담합으로 제재한 최초 사례이고, 상품의 가격이나 수량뿐만 아니라 친환경성도 경쟁의 핵심요소로 인정함으로써 친환경차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