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갑의 횡포' 논란의 단초였던 롯데백화점 입점업체 여직원 사망 사건이 '단순 자살'로 종결됐으나, 이랜드그룹 계열의 NC백화점에서도 잡화매장에서 근무하는 입점업체 여직원의 자살로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당시 사회적 공분을 샀던 롯데백화점 자살사건은 롯데백화점 측의 함구령까지 내려지고 백화점 관리자들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였지만 "다시 매출 압박이 강화되기 시작했다"는 한 입점업체 직원의 허탈해하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NC백화점 송파점 잡화매장 한 액세서리 브랜드에 근무하던 여직원이 자살했다.
사건이 나던 날 국내 한 온라인 포털사이트에는 "NC백화점 송파점에 근무하는 여직원이 이랜드에서 CS(고객만족) 평가와 매출 압박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공산당처럼 해라, 안하면 교육(벌점)이다, 아웃(퇴출)이다' 등의 협박을 일삼아 내부 직원들의 고통이 심각하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온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랜드 관계자는 보도를 통해 "자살한 직원은 경찰조사 결과 자기 비관에 따른 자살이었다"며 "해당 직원은 이랜드나 NC백화점 소속이 아닌 입점해 있는 잡화 브랜드 소속"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CS는 고객만족을 높이기 위한 교육으로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닌 팀 단위의 평가"라며 "매출도 개개인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별로 평가하는데, 자살한 여직원은 해당 브랜드에서 근무하던 총 3명의 판매사원 중 막내라 압박도 크지 않았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경찰도 회사에 대해서는 조사를 안 하고 자기 비관 자살로 결론지은 만큼 회사와의 연관성은 없다"며 "하지만 회사에서는 우리 점포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조의는 표했다"고 말했다.
NC백화점 자살 사건 역시 경찰조사결과 단순 자살로 내부 종결됐으나, 롯데백화점에 이은 대형 유통업체 입점매장 직원의 자살 문제로 일각에서는 회사와의 연관성 여부를 떠나 '사회적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래서 롯데백화점 논란은 아직도 진행중?
앞서 지난 4월에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7층 베란다에서 입점업체 매니저 김모 씨(47)가 투신한 바 있다.
김 씨의 자살 원인으로 백화점 측의 혹독한 매출 압박과 가매출 관행이 드러나, 유통업계에 만연한 갑의 횡포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고 '갑의 횡포' 논란의 단초가 됐다.
사건을 맡은 경찰은 해당 사건을 타살이 아닌 자살로 조사할 게 없다고 밝혔다. 백화점 측의 매출 압박 여부에 대해서도"그저 실적을 독려한 수준일 뿐"이라는 참고인 진술을 근거로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내부 관계자들은 착잡한 심경으로 백화점 횡포에 대한 수많은 증언과 제보를 드러내고 있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한 관계자는 "진술하러 간다는 걸 백화점이 뻔히 아는데 그렇게 진술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 대기업을 상대로 (진실을) 제대로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경찰 관계자도 "백화점이 모르게 하겠다며 진술을 요청해도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던 건 사실"이라며 수사상 어려움을 인정했다.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당초 A씨가 유족에게 알려준 대로 경찰에서 증언을 하겠다고 했다가 하루만에 갑자기 못하겠다"고 입장을 뒤집는 등 다른 입점업체 직원들도 백화점 측의 조회 이후 입을 굳게 다물긴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게다가 당시 롯데백화점은이 사건 이후 "언론과 접촉하면 백화점업계에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며,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입점업체 직원은 모 언론과 인터뷰에서 "백화점 측이 아침 조회에서 '(언론과) 인터뷰하지 말라, 걸리면 3사(롯데, 신세계, 현대 등 다른 백화점)에서 일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매출 실적에 대한 압박은 아래 직급으로 내려가면서 점점 세질 수밖에 없다"며 "가매출 등 언론에 나오는 얘기들은 모두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이어 보도를 통해 "팀별로 대놓고 구체적인 매출을 찍으라고 강요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결국 해당 브랜드는 매니저 카드나 다른 사람 카드로 가매출을 찍을 수밖에 없다"고 폭로한 바 있다.
또 이어 "매출이 안 나오면 팀장이 파트리더를 불러 욕설을 하고, 파트리더는 매니저를 불러 매출을 달성하라고 요구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롯데백화점 측은 당시 "다만 '언론 창구를 단일화하라'고 지시한 건 있다"며 사실과는 다르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