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관련주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폭발적인 상승세에 힘입어 글로벌 증시에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AI 시장의 향후 대세로 추론용 AI 반도체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주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 콜레트 크레스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70억달러(약 63조원)를 넘은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의 40% 이상이 엔비디아의 주력 반도체 분야로 지목되는 학습용이 아닌 추론 작업을 수행하는 AI 시스템 배치(deployment)에서 나온 점도 향후 AI 반도체 시장의 추이가 서서히 추론용 AI 분야로 나아가고 있다고 풀이되는 이유다.
종래 엔비디아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분야로 꼽히던 것은 학습용 AI 반도체였다. 지난해 전 세계의 빅테크 투자자들을 열광시킨 생성형 AI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그래픽 카드를 중심으로 한 엔비디아의 학습용 AI 반도체가 더욱 인기를 얻게 됐다. 업계 전반에서는 추론 성능만 놓고 봐도 아직 엔비디아의 아성에 대항할 기업이 아직은 없다고 평가하고 있을 정도다.
한편, 효용성 대비 과도한 전력소모량과 CPU 과부하 등의 이슈로 학습용 AI 반도체보다는 좀 더 용량이나 전력소모량이 가벼우면서도 생산 단가 역시 저렴한 추론용 AI 반도체가 최근 글로벌 AI 산업 트렌드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추론용 AI는 대규모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분야에서 인간의 활동을 보조하는 역할에 보다 더 충실하다. 그만큼 학습용 AI보다 상대적으로 처리율이 낮고 다방면에 쓰기에는 범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였지만, 추론용 AI 반도체는 바로 그 압도적인 가성비를 바탕으로 AI 반도체 시장의 주축으로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엔비디아가 추론용 AI로 반도체 시장의 국면이 전환되면 그동안 학습용 AI로 선점했던 시장지배자적인 구조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도 존재했지만, 지난주 콜레트 크레스 CFO의 발표가 AI 대장주로서 엔비디아의 건재를 알리고 이러한 우려를 누그러뜨렸다는 것이 WSJ의 평가다. 물론, 추론용으로 AI 반도체 시장이 재편되면 엔비디아를 포함, 국내 AI 기업에도 반등의 기회가 충분히 남아 있다고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분석했다.
전력소모량도 적고 범용성이 높은 인텔과 엔비디아의 서버용 그래픽처리장치의 성능과 기능을 상회하는 스펙을 선보인 AMD가 그 선봉이다. 오는 3월 자연어 처리 AI 모델에 특화된 추론용 AI 반도체 양산에 착수할 계획을 발표한 리벨리온과 내년 하반기 학습용 AI 반도체 출시를 공식화한 사피온 등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들이 내놓은 가능성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구글과 메타, 오픈AI의 초거대AI 플랫폼에 국내 시장이 잠식당하지 않기 위한 정부의 지원도 꾸준하다. 정부는 올해 9090억의 예산을 투입, '전 국민 인공지능 일상화' 전략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빅테크에 대항해 국내 AI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려 글로벌 정보기술 분야의 판도 변화에 신속·적절하게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날로 뜨거워지는 각국의 AI 경쟁에 관련 주가와 투자자들의 관심 역시 급등하고 있다. 지난 주만 해도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3억 4000만 달러 가까이 엔비디아의 주식을 매수했다. 여기에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CFO가 발표한 '어닝 서프라이즈'의 영향으로 서학개미의 관심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