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현금 지원, 한계 명확..주택 개선 정책 필요"
에너지 요금 상승으로 인해 국내 주택용 전기·가스요금이 급격히 인상된 가운데 지난해 1월 발생한 난방비 대란에서 소득 및 주거안전성이 낮은 가구가 더 큰 충격을 받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기존의 현물·현금 보조 방식에서 벗어나 주거환경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건축공간연구원이 발간한 auri brief ‘에너지 빈곤층 난방비 폭탄, 집수리 정책지원 시급 - 난방비 급등에 따른 에너지 빈곤층 실태와 집수리 정책 방안’은 이같은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에 비해 2023년 1월 전기는 36.48%, 도시가스는 29%, 지역난방은 32.25% 소비자물가지수가 상승했다. 이같은 에너지 비용 인상의 여파는 소득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저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연구원은 2023년 1월 난방비 급등으로 인한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소득별·주택 점유 형태별 난방비 인상 전후 지출 비용을 조사했다.
그 결과 3분위 이하 임차 가구의 월평균 난방비는 급등 이전 ‘5만원 미만’ 지출 가구가 46.3%였으나 급등 이후는 28.6%로, 17.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급등 이전 ‘5만원 이상’ 지출하던 가구는 급등 이후 난방비 지출이 늘었다. 특히 ‘10만~15만원’ 지출하는 비중이 7.8% 증가했다.
난방비 대란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인 3분위 이하 임차가구 에서 가장 적은 난방비를 지출하던 가구수가 줄어든 대신 이에 해당하는 만큼 더 높은 지출 구간에 해당하는 가구 수가 늘어난 것이다.
3분위 이하 자가 가구의 월평균 난방비를 보면 ‘5만원 미만’, ‘5만~10만원’, ‘10만~15만원’ 지출하는 가구수가 줄었는데 특히 ‘5만~10만원’ 지출하는 가구 수가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다. 대신 ‘15만~20만원’ 이상 지출하는 가구수가 늘었는데, 특히 ‘15만~20만원’ 지출하는 가구수가 10% 증가했다.
일반 임차 가구에서는 ‘5만원 미만’, ‘5만~10만원’ 지출하는 가구수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특히 ‘5만원 미만’ 지출하는 가구수가 가장 크게 줄었다. 대신 ‘15만~20만원’ 이상 지출하는 가구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자가 가구의 월평균 난방비는 5만~10만원’ 지출하는 가구수가 가장 크게 감소했고 ‘20만~25만원’ 이상 지출하는 가구수가 늘었다.
종합하면 난방비 급등으로 기존 10만원 이하로 난방비를 지출하던 가구수가 줄어들고 15만원 이상 지출하는 가구가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난방비 상승에 따라 소득 구분 없이 모든 가구의 난방비 지출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3분위 이하 임차 가구는 여전히 5만원 이하의 적은 난방비로 생활하고 있는 비중이 높으나 5만원 이하 지출에서 10만원 이상으로 지출이 증가해 난방비 급등에 따른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냉난방비 지출, 주택 쾌적성과 밀접한 연관
“주택 개선 정책 필요”
연구원은 냉난방 지출금액은 주택의 쾌적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경우 비용 절약을 위해 충분한 냉난방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거주자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에너지 빈곤은 낮은 가계소득, 높은 에너지 비용, 주택에너지 비효율성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다. 이에 지금까지는 일반적으로 현물·현금 지원을 에너지 복지에 활용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방식은 그 효과가 한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현물·현금 보조 방식은 궁극적인 주거환경의 에너지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빈곤층이 난방을 위해 주로 이용하는 에너지원은 석유, 연탄 등 저효율 화석연료인 데다 보유한 냉난방 설비도 효율이 낮은 경우가 많다.
이에 연구원은 주택의 물리적인 개선을 통한 에너지 효율 향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집수리를 통해 효율이 개선된 가구는 더 적은 에너지를 투입해도 동일한 효과를 얻게 되므로 거주민 입장에서는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이 가능하고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개인과 사회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저소득층 등 에너지 가격에 민감한 대상층의 에너지 복지향상을 위해 현물·현금 지원 방식뿐 아니라 주택개량사업, 난방시설 개량 등 주택에너지의 물리적인 비효율성 해결을 위한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