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료인의 문신시술 합법화 움직임도
의료단체 '반발'..."의료계 괴롭히기 행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안에 반발하는 의사단체의 집단 진료 거부 행동이 지속되면서 정부가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진료보조(PA, 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제도화부터 비대면진료, 비의료인의 문신 합법화 등 의료 혁신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지난달 23일부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확대했다. 대형병원 환자를 병원급 혹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로 흡수하고자 함이다.
기존에는 재진 환자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전면 확대 후 평일에도 의료취약지가 아닌 곳에 사는 초진환자여도 비대면진료가 가능해졌다. 전면 확대 이후 비대면 진료 이용건수는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장기적으로는 큰 병원의 환자를 더 작은 병·의원으로 분산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부는 이달 8일부터 PA 간호사의 업무를 허용하는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적용하기로 했다. PA 간호사는 ‘의사 가운을 입은 간호사로’ 불리지만 실상은 그간 의사도 간호사도 아닌 ‘불법 직역’이었다.
수술 부위 봉합·매듭, 심폐소생술, L-튜브 삽관 등 전공의의 업무 상당 부분을 이들이 대체해왔지만, 의료법상 간호사 업무는 ‘진료보조’로 제한돼 있기에 사실상 무면허 의료행위였다. 국내 PA 간호사 규모는 5600명에서 2만명 수준으로, 과거에도 제도화를 검토한 바 있으나 의사단체의 반대로 무산됐다.
최근 복지부가 내놓은 새 지침은 PA 간호사가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우는 상황에서 간호사들이 할 수 있거나 할 수 없는 의료행위를 정하고 책임, 보상 근거 등을 제시한다. 또 전담간호사와 전문간호사는 위임된 검사·약물의 처방을 할 수 있고 진료기록이나 검사·판독 의뢰서, 전원 의뢰서, 수술 동의서 등 각종 기록물 초안 작성이 가능해졌다.
비의료인의 반영구화장(표피 침습)과 타투(진피 침습) 등 문신 시술에 대해서도 합법화를 암시하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복지부는 지난 4일 ‘문신사 자격시험 및 보수교육 체계 개발과 관리 방안 마련 연구’를 발주했다.
의료법상 의료행위는 의료인만 행할 수 있는데, 1992년 대법원이 문신 시술을 의료행위로 판결하며 국내에서 문신 시술은 법적으로 의료인만 가능했다. 그러나 한국타투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문신 시술 건수는 연간 500만 건 이상, 국내 문신 시술자는 2만7000여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같은 판결은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고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의료인에게만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은 헌법 위반’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현재 반영구화장·타투 등 문신과 관련된 11개의 법안이 국회 계류돼 있다.
의료계는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비대면 진료 허용에 대해 “수련병원이 주로 담당하는 중증환자, 응급환자 치료와 아무런 관련 없는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겠다고 하고 성분명 처방을 통한 대체조제 활성화 등을 발표하는 치졸한 의료계 괴롭히기 행태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PA간호사들이 응급환자를 대상으로 심폐소생술과 응급약물을 투여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에 대해서는 “불법 의료행위 양성화로 해결하려 한다”며 “의료현장은 불법과 저질 의료가 판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복지부에 따르면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2907명의 근무현황 점검에서 지난 8일 오전 11시 기준 계약 포기 및 근무 이탈자는 1만1994명으로 92.9%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환자단체는 전공의의 집단진료 거부와 의대 교수의 의료현장 이탈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의료계의 집단 진료 거부 사태로 수술과 항암제 투여 등을 늦추거나 응급실 수용을 거부해 수많은 환자들이 생명에 지장이 있는 상태로 방치되거나 질병이 악화되는 파렴치한 행위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