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4·10총선(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이 범야권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에 오는 30일부터 출범하는 국회에서 부동산 정책 방향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해 귀추가 모아진다. 특히 여·야 모두 총선 과정에서 부동산 관련 공약을 쏟아낸 만큼 정책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 전세사기 피해지원, ‘선구제 후회수’에 무게
정치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개정안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이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해 먼저 구제한 후 비용은 경·공매 와 매각을 통해 추후 회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해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이후 야권과 피해자단체는 선구제 후회수를 포함한 법 개정의 필요성을 줄곧 주장해왔다. 이에 반해 정부·여당은 국가 재원을 통해 사인 계약 피해를 보전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범야권이 압승하면서 선구제 후회수 중심의 개정안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야권이 국회의석의 3분의 2를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남아 있어 선구제 후회수 조치가 실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임대차3법 전면 재검토, 무산 가능성?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임대차 시장의 정상화를 내세우며 임대차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2020년 7월 도입된 임대차3법은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을 골자로 한다. 세입자가 1회에 한해 전월세 기간을 2년 더 연장할 수 있어 최장 4년간 거주가 가능하고, 계약 갱신시 임대료는 5% 이내에서만 상향할 수 있도록 한다.
정부는 전월세신고제만 유지하고 나머지 2법에 대해서는 폐지를 추진했으나 22대 국회도 여소야대 상황이 지속되면서, 임대차 3법 폐지는 불투명해졌다. 민주당은 임대차3법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임차인등록제를 도입해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임차인등록제는 임차인으로 등록하게 되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임대차법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제도다. 아직 구체적인 방향성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통해 임차인과 임대인간 불균형을 보완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시세보다 낮은 부동산 공시가격을 2035년까지 최대 90% 수준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으로 문재인 정부의 핵심 부동산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등 각종 세금과 공공부담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만큼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주택 소유자의 세부담도 높아진다. 이에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어나면서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공시가격 산정에 평균 69%의 현실화율을 적용했다. 로드맵 수립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시장에서는 공시가격이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면 조세 형평성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고가 주택 보유자들을 위한 부자 감세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3월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매년 부동산 공시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린 결과 집 한 채 가진 사람들도 보유세가 두 배로 증가하는 등 국민 부담이 되고 있다”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법제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기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