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피해자 단체 "선구제 후회수 도입" 촉구
2022년 수면 위로 오른 전세사기 피해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시행 1년간 1만7593명의 피해자가 특별법 지원 대상에 올랐는데 정부는 특별법이 일몰되는 2025년 7월까지 인정 피해자 수가 3만6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 안정 지원대책을 새롭게 내놨다. 그러나 여전히 선구제 후회수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피해자들의 특별법 개정 요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확대
피해자, 최장 10년간 임대료 없이 거주 가능
지난달 27일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피해 주택 매입 확대 방안을 내놨다.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에 방점을 찍은 보완책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자 주택을 매입해 피해자들이 최대 10년간 임대료 없이 거주하거나 경매 차익을 받고 이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존 전세사기 특별법은 LH가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경매에서 피해주택을 사들인 후 이 주택을 피해자에게 임대하도록 했다. 임대료는 시세의 30~50% 수준인데, 앞으로는 피해자에게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방안이다.
피해자가 임대료 없이 지낼 수 있는 기간은 최대 10년으로 이후에도 계속 거주를 원하는 경우 시세에서 50~70% 할인된 임대료로 10년 더 머무를 수 있다.
피해자가 퇴거할 때는 임대료를 지원하고 남은 경매 차익을 지급해 보증금 손해를 일부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피해자는 LH가 피해주택을 낙찰 받은 뒤 바로 퇴거하고 경매 차익을 지급받을 수도 있다.
다만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이후 1년간 LH의 피해주택 매입은 단 1건에 불과하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피해주택의 경·공매 유예로 경매가 본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섦여하며, 우선매수권을 LH에 넘기는 사례가 늘어나면 LH가 적극 경매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간 LH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 근생빌라 등 위반건축물과 신탁 전세사기 피해주택도 LH가 매입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한다. 위반 건축물의 경우 이행강제금 부과 면제와 한시적 양성화 조치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전세·주택구입 대출 요건 완화
국토부는 또 지난 2일 전세사기 피해자 전용 정책 대출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기존에 전세사기 피해자가 전세대출을 버팀목 전세자금대출로 대환할 경우 임대차계약 종료 후 1개월이 지나고 임차권 등기가 이뤄져야 했는데, 이를 피해자로 인정받으면 임차권 등기 없이 대환대출 신청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를 내년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세사기 피해자는 1년간 경락대출 등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관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과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에서 제외된다. 현행 DSR 규제는 연소득에서 연간 원리금 상환비율이 40%를 넘기지 못하도록 했다.
경락대출 등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LTV 규제에서도 제외된다. 현행 비규제지역 LTV는 70%로 제한돼 있는데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서는 80%까지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미 전세대출을 받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주택 구입을 위해 추가 대출을 받을 때 대출 규제한도에 걸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야당·피해자단체 “선구제 후회수 시행돼야”
정부 “선구제 후회수 방식보다 정부안이 적합”
정부안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1대 본회의에서 ‘선구제 후회수’를 포함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개정안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폐기된 야당안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전세보증금 반환 채권을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기관이 사들여 피해액의 일부를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고(선구제) 추후 경·공매 등을 통해 회수(후회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선구제 후회수 방식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채권 가치 평가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에서다. 채권 평가를 위한 별도의 인력이 필요해 추가 행정비용이 소요되고 보증금의 완전한 회수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안 발표 이후 피해자들은 선구제 후회수와 정부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9일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 이같은 요구에 대해 “(두 방안이) 법적, 기술적으로 양립하기 굉장히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바로 다음날인 10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2대 국회에서는 피해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정부안을 비롯해 촘촘하고 안전한 피해 구제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폐기된) 선구제 후회수 방안과 LH 매입안(정부안)은 양립 불가능하지 않다”며 “보증금 채권 매입을 통한 선구제 후회수와 LH를 통해 경매차익을 활용하는 정부안이 서로 보완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