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청년들이 요양원에 간다던데…번아웃 때문에?
중국에선 청년들이 요양원에 간다던데…번아웃 때문에?
  • 김다솜
  • 승인 2024.06.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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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신건강 재활에 초점 맞춘 ‘청년요양원’ 인기
번아웃 문제, 국내서도…마음지원 나서는 지자체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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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요양원이라 하면 노환, 질병 등으로 건강이 악화된 노인들이 이용하는 의료기관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는 청년들을 위한 전용 요양원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하는 청년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왜일까?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번아웃에 시달리는 20~30대가 청년 요양원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시설은 청년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탕핑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다. 탕핑은 저성장, 실업난 등에 지친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에 저항하기 위해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을 말한다. 

노년기 육체적 재활에 초점을 맞춘 일반 요양원과 달리 청년 요양원은 정신적 행복에 초점을 맞췄다. 바, 카페, 노래방 등의 입소자 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공간을 조성하고,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용객들은 셰어하우스처럼 이 시설을 이용한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마당에서 운동을 하기도 하고 산에 올라 명상의 시간을 갖거나 농사나 낚시를 하는 식이다. 저녁에는 공용 시간에 함께 저녁을 준비하고 입주자끼리 대화를 나누거나 노래를 부르는 등 소소한 시간을 보낸다. 

SCMP에 따르면 이같은 청년 전용 요양원은 동부 연안의 1급 도시뿐만 아니라 변두리인 남서부 윈난성 등 외진 곳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올 초 윈난성에서 청년 요양원 운영을 시작한 A씨(32세)는 “어떤 사람들은 이 젊은이들이 왜 이렇게 일찍 ‘은퇴’하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많은 30대는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며 “나도 한때 그들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A씨가 운영하는 요양원 입구에는 ‘누워 있으세요’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12개의 침실을 마련한 이 요양원의 월 이용료는 1500위안(약 28만원) 정도다. 

SCMP는 이같은 현상을 두고 중국의 경기둔화로 새로운 일자리가 부족하고 일하기 싫어하는 젊은이들이 급증하는 사회상이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청년 요양원 이용자들에게 ‘은퇴’라는 개념은 일시적인 휴식을 의미할 뿐, 그들이 이 시설에서 수십년을 보낼 계획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청년 번아웃, 우리나라도… 

청년들의 번아웃 문제는 국내에서도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른지 오래다. 번아웃은 정신적 탈진, 소진을 뜻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9년 제11차 국제 질병 표준 분류 기준에서 번아웃 증후군을 직업 관련 문제 현상으로 추가했다. 

번아웃에 시달리는 이들은 감정 소진, 냉소주의, 직무효능감 감소 등의 증세를 보이며 이같은 문제가 오래 지속될 경우 우울증과 건강 문제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202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청년 삶 실태조사’에서는 청년 중 33.9%가 최근 1년간 번아웃을 겪은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국내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번아웃 예방 및 치료 사업에 나서기도 한다. 서울시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함께 ‘청년성장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 청년이 잦은 이직으로 인한 번아웃 경험으로 구직을 포기하거나 단념하지 않도록 마음챙김, 스트레스 관리, 비즈니스 매너 교육 등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충북도는 고용노동부와 함께 번아웃을 겪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며, 대전 유성구는 번아웃이나 정서적 고갈 등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멘탈케어 프로그램 ‘나다움 찾기’를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