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악성임대인 전세만기 미도래 보증금 8730억원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반환하지 않은 악성 임대인 명단이 공개가 시작되고 6개월간 126명의 이름과 신상이 올라왔다. 이들은 평균 18억9000만원의 보증금을 떼어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지난해 12월27일부터 상습적으로 보증금 채무를 반환하지 않은 임대인의 이름과 나이, 주소,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 채무 불이행 기간 등을 안심전세앱, 안심전세포털 등에서 공개하고 있다.
구체적인 명단 공개 대상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대위변제하고 청구한 구상 채무가 최근 3년간 2건 이상이고, 액수가 2억원 이상인 임대인이다. 전세금을 제때 반환하지 않아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된 지 6개월 이상임에도 1억원 이상의 미반환 전세금이 남아있는 임대인도 포함된다.
악성임대인 126명, 평균 보증금 채무액 19억원
악성 임대인 126명은 평균 8개월 이상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반환하지 않은 보증금은 평균 18억9000만원이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50대가 33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30명), 60대(28명), 40대(19명) 등의 순으로 이어졌으며 20대 임대인도 6명이나 됐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49세로, 최연소는 26세였다.
떼어먹은 보증금 규모가 가장 큰 악성 임대인은 강원 원주에 거주하는 손모(32)씨로, 임차보증금 반환채무는 707억원에 달한다. 손씨는 지난해 6월부터 1년 가까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다가 지난 4월 명단 공개가 결정됐다.
인천 부평구에 거주하는 정모(68)씨는 돌려주지 않은 보증금이 110억원에 이르렀다. 전남 광양시에 본사를 둔 법인 S사(95억원), 경기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김모(30)씨(80억원), 서울 광진구에 사는 이모(54)씨(70억원)도 보증금 반환채무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 거주자가 47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35명), 인천(18명) 등의 순이었다.
현재까지 빌라 전세사기와 역전세 규모를 고려한다면 지금까지 공개된 악성 임대인 수는 적은 편이다.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의 근거를 담은 개정 주택도시기금법이 시행된 작년 9월 29일 이후 전세금 미반환 사고가 1건 이상 발생해야 명단 공개 대상자로 오르기 때문이다.
HUG가 악성임대인 대신 갚아준 보증금 546억원
회수금은 고작 2억원
한편 올해 1~5월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건수는 1만686건, 사고액은 2조3225억원에 달한다. 보증사고 규모는 전년 동기(1조4082억원)대비 65%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다주택 악성임대인들이 보유한 주택 중 아직 전세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주택들이 다수 남아있다는 점이다. 이미 다수의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이들이기에 계약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보증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악성임대인으로 이름이 공개된 사모(62)씨가 전국에 보유한 주택은 총 718채로 전세보증금은 1874억원에 달한다. HUG가 2017년부터 올해 4월까지 사씨를 대신해 세입자에게 돌려준 보증금은 196채, 546억원인데 경매 등으로 회수한 금액은 단 2억원 수준이었다.
사씨가 보유한 주택 중 전세계약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주택의 보증금이 여전히 205채, 557억원이나 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HUG에서 관리하는 ‘전세보증보험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는 총 664명으로 전년동기(310명)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는 HUG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대신 돌려주는 대위변제가 3건 이상 발생한 악성 임대인으로 ▲상환 의지가 없거나 ▲1년간 보증채무 상환 불이행 ▲보증사고 총액 2억원 이상 등의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면 지정된다.
2017년부터 올해 4월까지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가 일으킨 보증사고는 1만6191건으로 전세보증금 규모만 3조2494억원에 이른다. HUG가 악성임대인 대신 전세보증금을 대위변제한 2조8366억원 중 회수한 금액은 2766억원으로 10% 수준에 불과하다.
전세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주택의 보증금은 8730억원(4427건)으로 집계된다. 악성 임대인으로 공개됐다 해도 추가적인 사고 여지가 이만큼 남아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