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청년층·여성 고용 악화 요인 작용 우려도
국내 일자리 341만개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고소득, 고학력자의 일자리일수록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과 한국노동연구원이 진행한 ‘인구구조변화, 다가오는 AI 시대의 새로운 노동 패러다임 모색’ 토론회에서 오삼일 한국은행 고용분석팀장은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오 팀장은 자체적으로 ‘AI 노출지수’를 산출해 해당 지수 상위 20%에 해당하는 직업의 근로자수를 더한 결과 국내 일자리 중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큰 341만개의 일자리를 추려냈다.
AI 노출 지수는 AI 특허 내용과 직업별 주된 업무를 비교, 현재 AI 기술로 직업별 업무가 얼마나 대체될 수 있는지를 수치화한 것이다. 이 지수가 높을수록 AI 기술로 대체되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소득·고학력 근로자일수록 AI 대체가능성이 컸다. 이는 AI가 기존 산업용 로봇·소프트웨어와 달리 비반복적·인지적 업무를 대체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AI 노출 지수가 높은 직업에는 일반 의사(노출 지수 상위 1%), 전문 의사(7%), 회계사(19%), 자산운용가(19%), 변호사(21%) 등이 포함됐다. 반면 성직자(하위 2%), 대학교수(하위 2%), 기자(하위 14%) 등은 AI 노출 지수가 낮았다. 포교나 강의처럼 대인 관계가 얽히는 직업일수록 AI 노출지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오 팀장은 “새 기술은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기도 하지만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며 “앞으로 AI를 활용한 생산성 증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생산성 증대를 통해 고용 재조정을 유도할 수 있도록 노동 시장의 유연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KDI “일자리 90%, AI·로봇으로 대체된다”
청년층·여성 고용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 한요셉 연구위원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와 정책방향’ 연구보고서를 통해 AI와 로봇을 활용한 기술이 지난해 기준 전체 일자리의 38.8%에서 70% 이상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내 AI 전문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AI가 시력, 청력, 말하기, 문제 해결, 정교한 동작 등 44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을 평가한 다음 직업별로 요구되는 능력에 적용한 결과다.
보고서는 2030년에는 AI를 활용한 업무 자동화 고위험군 일자리 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6년 후에는 AI가 70% 이상의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일자리 비율이 98.9% 수준으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재 일자리의 89.9%는 업무의 90% 이상을 AI로 대체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 연구위원은 “국내 취업자가 수행하고 있는 거의 모든 직무가 가까운 미래에 AI와 로봇으로 대체 가능한 성격임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2030년 AI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주방장 및 요리연구가, 패스트푸드 종업원, 냉난방 설비 조작원, 음료 조리사 등은 전체 직무(100%)의 자동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의회의원·고위공무원 및 공공단체 임원(64%), 항공기 조종사(78%), 작가(80%) 등은 직무 자동화 비율이 비교적 낮을 것이란 예상이다.
AI 기술 확산이 청년층과 여성 고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KDI가 기업의 AI 도입 결과를 분석한 결과 남녀 모두 청년층에서 고용 하락 효과가 크고 여성 청년층의 경우 임금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 AI 기술을 도입했거나 앞으로 도입할 예정인 국내 기업 중 47.9%가 신규 채용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 연구위원은 “AI 기술은 숙련된 근로자보다 경력이 비굦거 많이 필요하지 않은 일자리를 대체하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