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잊을 만하면 문해력 논란이 회자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성인 중 ‘비문해 성인’은 146만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령대를 불문하고 문해력을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서점가에서는 문해력을 키우는 필사 관련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제4차 성인문해능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전국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3년마다 실시되는 것으로, 올해 조사는 작년 9월 1일부터 11월6일까지 가구 방문 면접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성인 146만명(3.3%)은 기본적인 읽기·쓰기·셈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비문해’ 성인이었다. 이는 문해능력 수준1에 해당하는 것으로,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의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본적인 읽기·쓰기·셈하기는 가능하지만 일상생활에서의 활용은 미흡한 ‘수준 2’도 231만3000명(5.2%)으로 적지 않았다. 수준 2는 초등학교 3~6학년 수준의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문해력을 충분히 갖춘 중학 학력 정도의 수준 4 이상은 3688만명(83.4%)으로, 직전 조사인 2020년(79.8%)보다 3.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해력은 지역·계층 간 격차를 보였다. 비문해 성인 비율은 연령이 높을수록, 월 가구소득이 낮을수록, 학력이 낮을수록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의 비문해 성인 비율이 10.1%로 60세 미만(0.2%)보다 10%포인트가량 높았다. 성별로는 여성(4.7%)이 남성(1.9%)보다 2.8%포인트 높았고, 학력별로는 중졸 미만(37.7%)이 중졸 이상(0.2%)보다 많았다.
소득별로 보면 월 가구소득 100만원 미만에서 비문해 성인 비율은 36.2%나 됐지만, 월 500만원 이상에서는 이 비율이 0.8%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서울·광역시의 비문해 성인 비율은 2.2%에 그친 반면, 농·산·어촌의 경우 7.9%로 3배 이상 많았다.
문해력 높이자…필사 도서 인기
문해력 저하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모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점가에서는 문해력 관련 도서들이 인기를 끄는 모습이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최근 4년 사이 ‘문해력’·’어휘력’ 관련 도서 출간량은 4배가량 증가했다. 2020년 관련 도서 출간은 36종이었는데 지난해 149종으로 늘어난 것이다. 올해 역시 1~7월에만 146종이 출간되며 연내 200권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도 제시된다.
판매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전년대비 판매증가폭을 보면 2021년 26.6%, 2022년 11.6%, 2023년 26.7% 등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1~7월에만 80.6%로 뛰어올랐다.
특히 필사책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필사는 책을 손으로 직접 베껴 쓰는 것으로, 글쓰기 실력을 높이는 데 큰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지 않는 단어들을 접할 수 있어 어휘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 3월 출간된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는 6개월째 베스트셀러 10위권을 지키고 있다. 이 책은 작가가 명문을 발췌해 필사할 수 있도록 엮어낸 점이 특징이다. 예스24에 따르면 해당 도서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에서 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