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정부의 저금리 주택 대출 상품인 디딤돌·버팀목 대출 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에서 대출 실행이 거절되는 사례가 절반 가까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디딤돌·버팀목 대출 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은 35만 3,184건 중 은행에서 실제 대출이 실행되지 않은 건수가 16만 181건에 이르렀다. 금액으로는 총 대출 신청액 60조 4,310억원 중 29조 5,866억원에 달해, 미실행률이 49%에 이른다.
디딤돌대출과 버팀목 대출은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주택 구입이나 전세 자금을 2.3~3.3%의 저금리로 지원하는 정부 정책 대출 상품이다. 이 대출 상품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기금e든든’ 등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임대차계약서와 개인정보를 제출하고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적격 판정을 받고도 실제 대출 실행이 거절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권영진 의원은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은 대출을 은행이 실행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취업과 결혼, 주거 문제로 고민하는 청년들을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드는 희망고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와 같은 문제는 선계약금을 먼저 지급해야만 정책 대출 신청이 가능한 구조에서 발생한다. 권 의원은 “은행에서 대출이 실행되지 않으면 청년들은 계약금을 날리거나 금리가 더 높은 시중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청년들이 대출이 거절돼 약 4~5%의 고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문제와 관련해, 권 의원은 “HUG는 보증제도를 선심사, 후계약 방식으로 개선하거나 대출 실행이 가능한 은행을 안내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증서를 들고 이 은행 저 은행을 돌아다니는’ 이른바 ‘은행 뺑뺑이’ 현상을 해소할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