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ㆍ4지방선거에서 민심은 한쪽만 경고하지 않았다.
세월호의 여파는 당초 전망과는 달리 그리 크지 않았다는 일부 전망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여ㆍ야 양측 모두에게 나타났다.
아울러 16년 만에 투표율 최고치 56.8%를 기록했지만 잘라진 한반도 지도에 뚜렷한 지역색을 다시한번 그려내기도 했다.
다만, 이전과 다른 양상이 드러나면서 여ㆍ야 지도부는 모두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정부와 여당에 한번 더 기회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고, 새정치연합은 정부 여당의 무책임에 대한 국민의 경고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국가개조의 책무를 이루라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과 대통령의 눈물만 걱정한 새누리당의 무책임에 대한 국민의 경고"라고 강조했다.
유권자들이 어느 일방의 독주를 허락하지 않은 구도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중에 새누리당은 8곳, 새정치민주연합은 9곳으로 배분했다.
우선 전통적으로 집권 여당의 텃밭인 부산ㆍ대구가 달라졌다. 부산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가 무소속 오거돈 후보를 불과 1.3%차로 눌렀다.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가 당선(56.0%)됐지만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의 40.3%의 높은 지지율은 무시 못할 수준을 넋 놓고 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부산ㆍ대구가 새누리당 텃밭으로 여겨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따른다. 역대 선거 결과들을 비교해 보면 2010년 지방선거에선 당시 현역인 한나라당 김범일 후보가 72.9%의 득표율을 기록, 2명의 야권 후보 득표율(27.0%)을 압도했다.
특히 대구가 박근혜 대통령의 고향이란 특수성 등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새누리당 배반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부산에서도 야권 성향이 강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현역 국회의원이 2명(문재인ㆍ조경태 의원)이나 있기도 부산은 야권이 거두는 득표율이 지난 3번의 선거에서 서서히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구시장에 두번째 도전한 김부겸 후보가 1995년부터 올해까지 6차례 치뤄진 대구시장 선거에서 야권 최고 득표율 기록해 높게 평가 돼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반면 전남ㆍ전북 도지사를 뽑는 선거에서 이변은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이낙연(78.0%)ㆍ송하진(69.2%) 당선인이 개표 수 시간만에 '당선 확실'의 명패가 붙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남 지역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광주시장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재 후보는 3.4% 득표율에 그친데 이어, 전북지사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박철곤 후보는 20.5% 를 득표하는 데 머물렀다.
특히 전남지사 선거에선 통합진보당 이성수 후보(12.5%)가 새누리당 이중효 후보(9.6%)로 제쳐 새누리당 후보가 통합진보당 후보보다도 낮은 득표율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강원ㆍ충청권은 여ㆍ야 모두 확실한 지지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지역이라 선거 때마다 접전이 벌어지는 곳으로, 특히 충청권은 선거 막판까지 향방을 알 수 없어 '묘도(妙都)'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엔 확실한 모습을 보였다. 대전(시장 권선택, 50.1%)을 비롯한 세종(시장 이춘희, 57.8%), 충남(도지사 안희정, 52.2%), 충북(도지사 이시종, 49.8%)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들을 전원 당선됐다.
지난 18대 대선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했던 충청권 민심은 '세월호 참사'를 전환점으로 불과 1년 6개월 만에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야권으로 돌아섰다.
강원도지사 개표에선 불과 0.01%포인트 까지로 순위가 수 분마다 뒤바뀌기는 대 역전극을 펼쳤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최문순 후보가 49.8%로 새누리당 최흥집 후보(48.2%)를 눌렀다.
반대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승리를 예상했던 경기지사 자리와 인천시장은 내줬다.
경기지사 선거 역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의 접전이 펼쳐졌으나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50.4%)가 새정치민주연합 김진표 후보(49.6%)를 이겼다.
인천시장 역시 수성의 새정치민주연합 송영길 후보(48.2%)가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50.0%)에게 졌다
이로써 사실상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가 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중원을 장악한 새정치민연합으로서는 힘을 얻었다.
하지만 곧바로 치러질 7ㆍ30 재/보궐선거는 물론 2년 후 제20대 총선, 19대 대선에서의 여ㆍ야 향방은 또다시 민심에 적합한 여부가 심판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