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우리나라의 소수 지배주주(총수 일가)의 계열사 출자는 미국, 유럽 등 기업들의 '우월 의결권' 제도와 사실상 동일한 제도로 기업집단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 그 자체를 문제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5일 오전 7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한반도선진화재단(이상장 박재완)의 제176회 조찬세미나에 연사로 초청된 이 교수는 '구글, 재벌, 경제민주화: 1주 1표의 시각에서'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날 이 교수는 세계적 기업인 구글사를 예로 들어, 2004년 상장시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1주 1표'의 A클래스 보통주를 발행했지만, 기존 경영진과 내부인들에게는 '1주 10표'의 B클래스 보통주를 보유토록 해 19%의 지분임에도 약 66%의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구글의 경영진이 일반 투자자들에 비해 약 3.5배의 의결권 승수(voting power leverage index)를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 5대 기업의 의결권 승수는 삼성 2.4배, 현대자동차 4.0배, SK 3.9배, LG 2.6배, 롯데 2.6배 등의 수준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 확보를 통해 실질 소유권 대비 훨씬 많은 행사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지만, 계열사 간 출자와 우월 의결권 제도 모두 매우 강력한 적대적 M&A를 차단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재벌 순환출자는 구조가 매우 복잡하고, 실질 지분 대비 의결권 행사 비율이 계열사마다 상이해 정보 파악이 어렵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순환출자의 금지에 대한 대안은 정보의 투명한 공시가 그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순환출자 규제 ▲의결권 제한 ▲출자총액제한 등 사전적 지분규제는 실효성도 떨어지고, 부작용이 더 많다"며 "순환출자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실질 소유권을 초과하는 의결권 행사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소액주주의 부의 침탈 현상과 기업집단 상호 담합,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신참 기업 시장 참여 배제 등의 문제에 대한 대안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와 별도로 지배주주를 제외한 주주들이 선임하는 '감사회'를 만들어 계열사 간 거래 등이 외부 주주의 이익을 침해자 않는지 감시토록 해야 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대규모 내부 거래', '대규모 회사 인수' 등 주주들의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이사회 의결 뿐 아니라, 주총에서 지배 주주를 제외한 주주들의 승인을 받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법 위반으로 인한 소액주주의 피해 구제를 위한 '회사법원'을 1심 전담부로 구성할 것도 제안했다. 소송시 필요한 정보를 회사 측에서 제공할 것을 법원이 명령하는 '증거개시절차' 도입도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경제민주화' 논의 등장은 재벌(대규모기업집단)의 공(功)과 함께 있는 존재하는 과(過) 현상에 대한 우려감이 반영된 것이지만, 이러한 논의가 시대적 요구를 넘어서 자칫 성공한 기업들에 대한 사후적·징벌적 제재 부과 방향으로 진행돼 기업들의 의욕과 활력을 위축시키고, 결국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 능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팝=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