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부부·자녀 가족을 전제로 구축된 현행 한국의 경제·주택·복지·치안 등 각종 제도와 정부정책에 대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총조사 결과 따르면 우리나라 1인가구는 521만명이 넘는다. 전체 27.2%를 차지하며 청년층과 노년층의 비중이 높다.
기존 정치 공학으로 생각한다면 청년층의 투표율이 낮다는 인식과 노년층은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는 인식이 통상적이나 사회가 급변하는 시점에 이러한 구조 역시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1인 가구 증가에 따라 국민기초생활보장·국민연금·국민건강보험 등 제도 설계에 1인 가구 사회구성원을 차별화하지는 않는지 검토 등 1인 가구의 정책수요를 파악해 맞춤형 정책공약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월 9일 앞두고 있는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1인가구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공약은 어떤 것이 있을까. <편집자주>
첫번째로 현재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최근 이 부양의무자 기준의 사각지대로 인한 사건이 종종 일어나면서 기준을 아예 폐지해야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박건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가족 간의 끈끈한 유대와 상호부조는 크게 보면 미덕일 수도 있지만 법적 의무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특히 1인가구가 늘고 가족 간의 왕래가 멀어지는 등 가족가치관이 변화가 이뤄지고 있어 부양의무제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제시한 바 있다.
2000년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이 제정된 이래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의 선정기준이 된 부양의무자 기준은 그 범위에 사각지대가 존재하면서 수급권자 인정이 어렵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이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가 되기 위한 선정기준으로, 신청자 본인의 소득과 재산이 적더라도 1촌의 직계혈족(부모, 아들, 딸 등) 및 그 배우자(며느리, 사위, 계부, 계모 등)에게 일정기준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수급자에서 탈락하게 된다.
이 때문에 2014년 2월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부양의무자 기준이 완화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그래도 미흡하는 지적이다. 개정안을 적용하더라도 세 모녀와 같은 상황에서는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은 큰딸의 만성 질환과 어머니의 실직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세 모녀가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메모와 함께 갖고 있던 전 재산인 현금 70만원을 집세와 공과금으로 놔두고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사건이다.
이들은 부양의무자 조건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자살하기 전 복지 지원을 알아봤으나 대상 조건이 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제20대 국회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자는 취지의 법률안 4건(대표발인 더민주 전혜숙·남인순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자유한국당 함진규 의원)이 발의된 상태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자들의 복지 공약에도 이 부분이 포함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기초수급자나 부양의무자가 중증 장애인인 경우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는 방침이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기초수급자와 부양의무자가 중증 장애인이거나 65세 이상 노인일 경우 우선으로 이 기준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취약 계층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한다는 입장이며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부양의무가 기준은 한번에 폐지한다는 공약을 전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찬성 vs 반대'
1인가구 증가·낮아진 부양의식에 개선 필요
부양의무제도 기준을 폐지하자는 측은 이 제도가 가족 간의 유대가 아닌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 수급권자가 자격인정을 받기 위해 소명을 해야하는데, 그 단계에서 가족해체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층의 경제력이 약화되면서 부모 부양에 대한 생각이 변하고 있다.
'2015 성인지 통계'에 따르면 부모 부양의 의무가 가족에 있다는 응답은 2002년 70.7%에서 2014년 31.7%까지 줄어들었다.
반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하는 측은 '재정적 부담'과 '도덕적 해이' 주된 이유로 꼽고 있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없앨 경우 추가 재정으로 2018년 9조2996억원이 들고, 매년 조금씩 늘어나 2022년엔 11조61억원이 들 것으로 추계한 바 있다.
필요한 비용은 5년간 총 50조7508억원이다. 더불어 급여 이외에도 통합문화이용권, 지방세감면, 에너지 바우처 등 50여개의 사업 예산 증가 등이 우려된다.
또한 부모가 자녀에게 재산을 사전 증여하거나 재산 은폐를 통해 급여를 받는 경우에 대한 지적도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목소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이슈와 논점' 소식지를 통해 "가족의 부양 의식이 낮아지고 고령 1인가구가 생계를 스스로 해결하는 등 빈곤층 문제가 해소되고 있지 않다"며 "국가가 비수급 빈곤층 생계 해결을 위해 부양으무자 기준의 폐지나 완화를 검토할 때"라고 전했다.
이에 후부양비 징수제도, 순차적인 기준 폐지 등의 대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으며, 도덕적 해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강화하고 자료 업데이트 주기를 단축해야한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데일리팝=이용진, 정단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