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틀면 추억의 광고나 기억 속의 스타·음악 등 옛 감성을 소환하는 방송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는 옛 것을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뉴트로 열풍이 불면서 유통업, 방송, 게임, 의류 등 전반에 뉴트로를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뉴트로 열풍이 단지 '추억팔이' 상술로 전락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트로(Newtro)'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말로,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피로감을 느낀 중‧장년층에게 추억과 향수를 선물하고,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재미있고 신선한 문화로 인식돼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8월 말 추석을 맞아 '델몬트 뉴트로 선물세트' 한정판을 출시했다. 이 선물세트는 1.5ℓ짜리 빈 유리병 1개와 유리잔 2개, 180㎖ 용량 오렌지주스 2병으로 구성해 1만9900원에 판매됐다.
한때 델몬트 주스는 음료를 마시고 난 후 병에 보리차나 물 등을 담아 쓰던 '국민 물병'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페트병이 보급되고 열에 터질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2013년 제작이 중단되면서 자취를 감췄다. 최근 뉴트로 열풍이 불며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이 유리병은 개당 3000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선물세트는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반응 속에 출시 이틀 만에 3000세트가 모두 동이 났다. 하지만 상품 구매 이후 가격에 비해 구성품이 부실하다는 실망의 목소리가 나왔다. 180㎖ 오렌지주스 가격은 1개 1000원으로 두 병 값을 빼면 델몬트 빈 병 1개와 유리잔 2개가 1만8000원에 달한다. 추억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 2월에는 서울우유와 롯데백화점이 협업해 1937년대 우유 용기인 '서울우유 1937 레트로컵' 세트를 출시했다. 이 제품 역시 준비물량 1000세트가 3일 만에 품절됐다. 가격은 1949년 특설 밀크홀컵 1만2500원, 1965년 균질우유컵 9900원, 1994년 앙팡컵 9900원에 판매됐다.
위기를 맞고 있는 게임업계가 과거의 히트작으로 눈을 돌리는 뉴트로 전략으로 난국 타개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IP(지적재산권) 게임을 리뉴얼해서 구매력이 높은 3040 게이머를 주타깃으로 하는 동시에 트렌드에 민감한 1020게이머도 잡겠다는 전략이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PC온라인 MMORPG '리니지2'의 정액제를 폐지하고 전면 부분유료화로 전환했다. 이에 리니지2를 즐기던 게이머들이 대거 복귀하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 4분기에는 '리니지2'의 모바일 후속작 '리니지2M'을 출시한다.
넷마블은 SNK의 IP '더 킹오브 파이터즈' 시리즈를 모바일 게임으로 선보였다. 1990년대를 대표하는 아케이드 대전 격투게임 킹 오브 파이터즈는 여전히 올드 게이머들에게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다. 매출 상위권을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밖에 블리자드도 2005년 유행하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클래식'을 지난달 말 출시해 재조명을 받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다만 이러한 흐름속에 뉴트로 컨셉은 없고 유료 아이템 판매에 집중하며 과거 게임의 'IP 재탕'에 머무는 것은 지양해야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일리팝=임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