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이코노미] 죽, 아플 때만 먹는 환자식? 이제는 '간편식'으로 즐겨요!
[솔로이코노미] 죽, 아플 때만 먹는 환자식? 이제는 '간편식'으로 즐겨요!
  • 이지원
  • 승인 2019.11.0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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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식에 가까웠던 죽이 맛있고 간편한 한 끼 식사로 변화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정간편식(HMR)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 죽 시장 또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일반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상온 죽(냉장 죽 제외)의 시장 규모는 2015년 327억 원에서 2018년 745억 원으로, 3년 만에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과 식자재 유통을 통해 판매되는 것까지 감안하면 올해 상온 죽 시장 규모는 약 2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간편식으로 판매되고 있는 '상품죽'과 외식전문점을 아울러 죽 시장은 총 5000억 원 대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죽 시장의 성장 배경에는 1인가구의 증가와 간편식 트렌드, 바쁜 나날로 인한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등에 있다.

최근 출시되는 즉석 죽 제품들의 경우, 간편함과 더불어 맛과 영양까지 놓치지 않았다. 이러한 장점에 힘입어 즉석 죽 제품들은 1인가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더불어 높아지는 퀄리티에 즉석 죽에 대한 인식 또한 변화했다. 과거에는 아플 때만 찾게 되는 '환자식'의 일종이었다면, 최근에는 아침대용식, 건강식, 다이어트식, 야식 등 바쁜 일상에서 간편하고 맛있게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간편식 개념으로 변화한 것이다.

국내 즉석죽 시장은 동원F&B의 양반죽 출시로 본격 개막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즉석죽 시장은 지난 1992년 동원F&B가 용기에 담긴 '양반죽'을 출시한 뒤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30년 동안은 양반죽과 같은 '용기죽'이 시장을 견인해 왔다.

하지만 2018년 11월, CJ제일제당이 비닐 재질의 봉지(파우치)에 넣은 '비비고 죽'을 출시하며 국내 즉석죽 시장이 파우치죽으로 이동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용기죽 시장은 지난 2019년 1월 84억 2000만 원, 3월에는 79억 5200만 원, 5월에는 72억 4000만 원으로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파우치죽 시장은 지난 2018년 10월, 3억 9400만 원 규모로 전체 시장 중 6%에 불과했지만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죽 출시 이후로 그 점유율은 두 자릿수로 껑충 뛰었다. 더불어 지난 2019년 1월에는 26억 700만 원, 같은 해 8월에는 42억 2800만 원 규모로 성장하며 용기 시장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해 10월 수치와 비교하면 약 10배 이상 커진 수치다.

파우치죽은 용기죽에 비해 살균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내용물을 그대로 유지하기에 용이하다. 전통 죽 조리 방식을 본떠 파우치에 원재료를 넣고 직접 끓여 밥알이 살아 있다는 점을 강조한 제품이다. 파우치 형태는 용량과 재료 등을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어 프리미엄 제품 제조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우치죽의 성장으로 상품죽 유통 채널도 확대됐다. 편의점 위주에서 대형마트 등으로 판매처를 늘렸다.

지난 2018년 즉석 죽 시장에서 동원F&B의 점유율은 60%였으나 지난 8월 기준 43%로 축소됐다. 이 기간 CJ제일제당은 4%에서 38%로 성장했다. 오뚜기 등 기타업체들의 비중은 19%가량이다.

날로 커지는 시장에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던 동원F&B를 CJ제일제당이 바짝 추격하며 향후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업체 간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즉석 죽 제품 시장을 개막한 동원F&B와 파우치죽의 시대를 연 CJ제일제당, 간편식 업계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최근 CJ제일제당은 파우치 형태의 죽을 선보이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사진=CJ THE MARKET에서 캡처)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파우치죽은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1000만 개, 누적 매출 300억 원을 돌파했다. 

파우치죽은 CJ제일제당이 죽 사업을 시작하면서 소비자 트렌드와 인식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내놓은 전략 HMR 제품이다. 상품죽에서 소비자가 기대하는 맛 품질과 용량, 조리 편의성 등을 적극 반영했다.

1~2인분 파우치죽과 1인분 용기죽 두 가지 형태로 내놓은 것은 CJ제일제당이 처음이다. CJ제일제당은 전문점 메뉴의 파우치죽 라인업 확대를 지속하며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외식전문점 수요까지 잡아, 파우치죽 중심의 '죽의 일상식화' 트렌드를 주도하는 데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지난 1일 비비고 파우치죽 신메뉴인 '비비고 새우계란죽'을 출시했다. 전복죽, 소고기죽, 야채죽 등 대중적인 메뉴의 상품죽 시장에서 벗어나 외식형 메뉴의 라인업을 보다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동원F&B 또한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동원그룹 유튜브에서 캡처)

국내 죽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며 죽 시장을 주도해 온 동원F&B는 커지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동원F&B는 지난해 8월 광주공장에 약 9900m² 규모의 양반죽 생산라인을 확충했다. 새로운 기술과 설비를 적용해 연간 3000만 개를 생산하던 제조공정을 최대 5000만 개까지 생산이 가능한 규모로 키웠다. 새로운 생산라인에는 죽의 주 재료인 쌀을 고급 품종으로 교체해 품질도 높일 계획이다.

최근에는 파우치 죽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동원F&B는 지난 7월 '양반 파우치죽'을 선보이며 28년간 용기죽으로 국내 상온죽 시장을 견인해온 역량을 바탕으로 파우치죽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전복죽, 쇠고기죽, 단호박죽, 밤단팥죽 등 4종으로 구성된 양반 파우치죽은 쌀과 각종 원재료를 함께 끓여내는 방식인 '가마솥 전통 방식'을 사용하고, 고급 '신동진 쌀' 품종의 찹쌀과 멥쌀을 최적의 배합비로 섞어 부드러우면서도 질감이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간편식 업계인 인테이크에서도 더욱 간편한 죽 제품을 선보인 바 있다. (사진=인테이크 유튜브에서 캡처)

간편식 업계에서는 더욱 간편한 죽을 선보이고 있다. 그릇에 덜을 필요도 없이 파우치에 죽을 담아 그대로 짜 먹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 형태의 죽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14년, 간편식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인 인테이크는 '세상에서 가장 간편한 아침'이라는 슬로건 하에 '모닝죽'을 선보인 바 있다.

모닝죽은 굳이 데우지 않더라도 가방에서 꺼내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파우치형으로 만든 제품이다. 스파우트 패키지에 담겨 이동 중에도 간편하게 짜서 먹을 수 있으며, 별도의 조리과정이 필요없기 때문에 바쁜 아침에도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또한 레토르트 살균 공법을 적용해 상온에서도 1년 동안 보관하며 편리하게 휴대할 수 있다.

특히 귀리나 검은콩 등 고소한 맛은 물론 꿀고구마, 우유, 바나나우유 등 다양한 맛으로 구성해 40대 이상의 연령층에게 익숙한 죽이라는 식품을 젊은 층도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것이 특징이다.

한편 인테이크의 모닝죽은 김밥, 라면, 샌드위치, 시리얼 등으로 고착화되던 대체식 시장에서 'CMR(Convenient Meal Replacement)'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하고 니치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플랫폼인 티켓몬스터 2016~2017년 간편식 카테고리에서 매출 1위를 달성하는 등 2030 젊은층의 대표적인 아침 간편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