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긴 침체기를 극복하고 분위기 전환에 나선다. 중국의 '광군제(光棍節)'와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로 인한 들썩임에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과 동시에 국내 업체도 각종 할인행사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11월은 유통업계 비수기인 7월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최대 1.5배 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각 유통업계는 고객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노력 중에 있다.
이들이 선택한 방식은 경쟁보다 협력과 합심으로 얼어붙은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살리자는 것이다. 경쟁사를 비방하며 마케팅에 몰입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흥행을 목표로 다양한 행사를 쏟아내며 분위기 띄우기에 나선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에 유통업계는 그간 정부 주도로 진행됐던 것과 달리 민간 주도로 진행되는 국내 최대의 관광·쇼핑 '코리아세일페스타'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1월 1일부터 오는 11월 22일까지 총 3주간 진행되는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처음으로 민간 주도로 진행되는 만큼 행사 규모를 확대한 모습이다. 지난 2018년보다 152개가 늘어난 총 650여 개의 업체가 대거 참여하며, 행사 기간 또한 10일에서 3주로 대폭 확장된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롯데그룹은 7일까지 10개 유통계열사가 참여하는 '롯데 블랙 페스타'를 열고 1조원 규모의 물량을 투입하는 물량 공세를 펼친다. 롯데백화점은 무스탕과 거위털 이불솜 등을 할인하고 롯데마트는 600억원 규모의 물량을 최대 50% 할인한다. 이 기간 계열사에서 2회 이상 구매한 고객 중 응모자를 대상으로 제네시스 자동차를 주는 경품 행사도 마련했다.
홈플러스도 전국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온라인몰에서는 11월 한 달 동안 매주 10여 개의 인기 상품을 경쟁사가 따라잡기 힘든 가격에 선보이고 300여 종의 생필품을 반값 수준에 판매한다. 매일 아침 6시부터 2시간 단위로 온라인몰 방문 고객에게 20%∼50% 할인 쿠폰도 선착순으로 증정한다.
이베이코리아는 G마켓과 옥션, G9에서 12일까지 연중 최대 규모 '빅스마일데이' 행사를 열고 2500만 개의 상품을 저렴하게 선보인다. 또한 11번가는 오는 11월 11일까지 1713개 브랜드가 참여하는 '십일절' 행사를 열고 위메프는 '블랙 위메프 데이', 티몬은 10만원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행사로 고객을 끌어모은다.
더불어 신세계그룹은 지난 11월 2일을 '대한민국 쓱데이'로 정하고 18개 그룹 계열사가 참여하는 할인 행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 국민 열 명 중 한 명이 신세계그룹의 대한민국 쓱데이를 이용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1월 2일 열린 첫 번째 대한민국 쓱데이에 모두 600만 명의 고객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4일 밝혔다. 매출도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증가한 4000억 원을 넘어선 수치였다. 특히 이날 이마트를 찾아 쓱데이를 이용한 고객은 약 156만 명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71%, 구매고객 수는 38% 늘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속 빈 강정' 취급과 함께 잡음이 많았던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살려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유통업계의 목표와는 달리, '목표만 창대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중국의 광군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비교하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코리아세일페스타가 개막된 이후 첫 주말이 지나자 유통업계는 상권별로 엇갈린 분위기를 보였다. 특히 내년 1월부터 적용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특약매입 지침 논란으로 올해 행사에서 사실상 빠진 백화점들은 코세페보다는 자체 행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오프라인 쇼핑몰에는 코리아세일페스타라는 행사 자체를 모르는 고객도 여전히 많았다. 유통 브랜드마다 '블랙 페스타', '십일절', '쓱데이' 등 다른 명칭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반면, 온라인 쇼핑몰에는 많은 고객이 몰리는 모습이다. 예로 ▲11번가(십일절 페스티벌) ▲이베이코리아 ▲G마켓 ▲옥션 ▲G9 ▲위메프 ▲티몬 등은 업체별로 대대적인 할인 이벤트를 열어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가전제품 등 인기 있는 일부 품목은 조기 품절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혜택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행사 기간에 정가를 올린 후 할인을 적용하거나 쿠폰 사용 조건이 까다로워 업체들이 주장하는 수십만 원 대 혜택을 실제로 받기는 어렵다는 지적 또한 제기됐다.
아직 초반이지만 코세페의 존재감은 희미했다고 판단되고 있다. 온라인 마켓과 이마트 등 일부 매장에서 몰려든 인파로 북적였지만, 코리아세일페스타의 존재 자체를 아는 소비자는 적었다. 애초에 원가를 높게 책정했다거나 유명무실한 쿠폰 제도라는 등 소비자들의 불만도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