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의 시류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는 곳은 단연 미디어 콘텐츠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요리하는 방송을 뜻하는 '쿡방'이 유행이었을 때는 너도 나도 요리 방송을 꾸리더니, 몇 년 전부터는 타인의 삶을 카메라를 통해 지켜보는 '관찰 예능'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최근 들어 방송사들이 눈여겨 보는 예능의 트렌드라 한다면 '공감'과 '힐링'을 꼽을 수 있다. 바쁜 라이프 스타일 속 지친 이들에게 작게나마 힐링을 안겨 주겠다는 뜻이다.
각종 버라이어티가 대세였던 과거에 비해 최근 예능 방송들은 꽤나 잔잔해진 것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거친 말에 더욱 거친 말로 대응하며 시청자들의 웃음을 담당했던 예능들은 이제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최근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이 다양해지며 이러한 트렌드는 더욱 거세졌다. 기존 방송사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약한 규제를 갖고 있는 유튜브에서는 훨씬 다양한 콘텐츠가 자유롭게 생성됐으며,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유튜브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자연스레 유튜브 콘텐츠 시장은 점점 과열됐다. 조회수를 위해 과거보다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가 양성됐으며, 이는 곧 싸움처럼 번지기도 했다.
과거에는 이토록 자극적인 콘텐츠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이들도 많았지만, 시청자들은 점차 과열되는 콘텐츠 시장에 지쳐갔다. 바쁜 삶 속 여가시간에나마 힐링을 느끼고 싶은 이들 또한 늘어났다.
이에 과거부터 존재했던 방송에 '힐링'이나 '공감'의 요소를 넣으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힐링을 느끼게 해 주는 예능이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고 있다. 이처럼 공감 예능은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친 시청자들의 바람으로 인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바쁜 하루를 TV 시청을 통해 마무리한다. 어떤 이들은 타인의 사연을 통해 공감하며, 방송인의 삶을 통해 내 일상을 투영하며 대리만족을 얻고, 그 과정을 통해 힐링을 느끼기도 하는 것이다.
유퀴즈 온 더 블럭
tvN의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는 방송인 유재석과 조세호가 길거리로 직접 나가 시민들과 퀴즈쇼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퀴즈쇼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선물을 선사한다는 큰 틀이 있지만, 해당 프로의 백미는 단연 시민들과 나누는 담소에 있다.
우리의 일상 속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직접 찾아가 소박한 담소를 나누고, 소소한 근황을 주고받는 일명 '사람 여행' 속에서 MC와 시민들은 고민이나 행복을 나누고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며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만든다. 일상과 고민,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일상 속에서 시청자들은 진한 공감을 통해 힐링을 느끼게 된다.
MC군단은 매번 다른 이들을 만나지만, 겉모습이 조금 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는 점에서 세상 살이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며 시청자들에게도 위안을 선사한다.
일반적인 퀴즈 프로그램은 많았지만, 유퀴즈는 '사람 냄새가 난다'는 평을 받으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흔한 퀴즈 프로그램에 힐링을 한 방울 더한 유퀴즈는 시즌 2까지 방송되며 꾸준한 사랑을 얻고 있다.
연애의 참견
타인의 공감을 가장 잘 이끌어낼 수 있는 키워드는 '연애' 관련 이야기가 아닐까?
KBS Joy 채널에서 방영 중인 '연애의 참견 시즌 2'는 공감만으로 뜨거운 인기를 얻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서장훈 ▲김숙 ▲한혜진 ▲주우재 ▲곽정은 등 5MC들의 궁합으로 남다른 몰입도를 선사하는 것은 물론 화장실에 갈 시간마저도 아쉽게 만드는 공감 연애 사연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마치 친구의 연애 이야기를 듣는 듯한 배우들의 공감 연기와 MC들의 유쾌한 반응은 절로 공감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이에 1020세대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아 유튜브와 페이스북, 주요 포털 합산 조회수 1억 뷰를 돌파하기도 했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KBS 2TV에서 방송 중인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각계각층의 셀럽 보스들과 미생 직원들의 동상이몽을 통해 자발적인 자아성찰을 유도하는 '갑을(甲乙) 공감 프로그램'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보스와 직원 모두 객관화된 자신을 돌아보며 서로 공감하고 이해하며 서로의 역지사지 반성을 이끌어낸다. 보스들도 완벽한 '갑'이 아니라는 사실과 더불어 이들의 갑갑함 속에는 숙달된 능력으로 인한 고집이 섞여 있을 수 있으며, 직원 또한 이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보스를 향해 당당하게 한 방 먹이는 유쾌함과 더불어 현대인들에게 공감이 될 만한 '직장'을 주제로 공감과 힐링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웃음만 노리는 것이 아니라 위로와 위안, 공감을 함께 선사하겠다며 나선 예능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공감 예능은 과거 자극적인 콘텐츠보다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친 이들에게 보는 것만으로도 일종의 대리만족을 안겨 주니, 당분간 해당 프로그램의 유행은 계속될 듯하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