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디 흔한 세탁소에도 개성이 곁들여지고 있다. 감성을 더하거나, 편리함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보통의 코인 세탁소란 커다란 세탁기와 건조기만이 가득 들어차 있는, 약간은 삭막한 공간이기도 하다. 불편한 의자에 앉아 한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때만큼은 좋아하던 음악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지루할 뿐이다. 특히 자취생이라면 이러한 생각에 더더욱 공감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때 소개할 '론드리 프로젝트'는 코인 세탁소에 감성을 한 스푼 더한 세탁소이다. 빨래를 하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이곳은 조금 낯설 수 있는 '세탁 카페'의 원조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 속 빠질 수 없는 일상의 한 요소이지만 귀찮을 수밖에 없는 빨래를 조금이나마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이 곳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지게 됐을까.
지난 2015년, 1인가구가 밀집한 용산구 소재의 해방촌에서 시작한 론드리 프로젝트는 세탁 카페의 유행을 주도했다고 할 수 있다. 1인가구와 외국인이 주로 살고 있는 해방촌, 좁은 원룸이 많은 이곳에 크기도 많이 차지하고 가격까지 비싼 세탁기는 이들에게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이에 제대로 된 세탁실조차 없는 이들은 하나둘 지갑을 들고 세탁 카페로 모이기 시작했다. 빨래를 돌리며 단절됐던 댜화를 나누기도 하고, 마음이 맞는 이들과는 이웃에서 직장 동료가 되어 손을 잡기도 했다. 과거 다방과 같은 역할이 론드리 카페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1인가구들은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었고, 곧 이들의 커피 판매 비중은 세탁비의 두 배를 넘기게 됐다. 소비자들의 사랑이 계속되자 2017년에는 마포구에 분점 '워시타운'도 열었다. 많은 카페들이 생겨나고 또 사라지는 요즘, 세탁 카페는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꾸준한 단골 고객이 생기며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두 공간을 기획한 로그램의 이현덕 대표는 론드리 프로젝트를 차리기 전부터 사람들의 '만남' 그 자체를 중심 콘텐츠로 뒀다고 설명하곤 한다.
론드리 프로젝트는 '이렇게 허비되는 시간을 어떻게 유의미하게 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코인 세탁소와 카페의 참신한 결합으로, 일상의 시간을 '즐거움'으로 전환시키고자 감각적이면서도 실용적인 공간을 창조한 것이다.
운영의 목적대로 세탁 카페 안에는 세탁기를 돌리며 커피를 마시고, 노트북을 두드리거나 책을 읽으며 여유를 만끽하는 이들로 가득하다. 일과 일상을 모두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감성과는 대비되는 소재이지만, 편리함 또한 주목받고 있는 트렌드 중 하나이다. 특히 편리성이 곧 프리미엄이 되는 '편리미엄'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편리미엄이란 '편리함'과 '프리미엄'의 합성어로,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것과 더불어 시간과 노력을 아끼는 소비성향을 뜻한다.
점차 진화하고 있는 외식 및 유통 업계 서비스에 편의점 업계에서도 더욱 발전한 편리함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편리성이 곧 프리미엄이 되는 '편리미엄 시대'를 맞아 외식·유통 업계의 서비스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식료품이나 생활용품 판매를 넘어 카페나 은행, 우체국, 최근에는 세탁소 등의 역할까지 도맡아 하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 GS25는 세탁소 네트워크 플랫폼인 '리: 화이트'와, CU는 '오드리세탁소'와 각각 협업해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해당 플랫폼에 접속 후 세탁불 정보를 등록한 뒤에 편의점에 들러 세탁물을 맡기기만 하면 주변 세탁소가 수거해 가 세탁을 마치는 서비스이다. 완료된 세탁물 또한 편의점에서 찾아갈 수 있다.
이러한 편리미엄 세탁 서비스는 바쁜 현대인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1인가구의 범죄 위험률을 줄여 줄 수 있을 뿐더러, 스타일러를 집에 놓기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해답이 돼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