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 곧 힘으로 자리잡은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점차 현명해지고,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사실 소비자들이 까다롭게 변한 것에는 그럴만 한 이유가 있다. 지난 2017년 일었던 생리대 파동에 이어 라돈 침대와 살충제 달걀까지, 다양한 제품군에서 예상치 못했던 논란이 발생하며 소비자들은 유통 시장을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우리 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식품의 경우에는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는 업체들 또한 수두룩하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에 의하면 원산지 표기가 잘못돼 적발된 음식점은 2018년에만 2191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최근 들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깐깐하고 현명한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믿을 수 없는 유통 시장에서 안전성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이에 '체크슈머(Check+Consumer)'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체크슈머란 제품을 구매할 때 제품의 성분과 원재료 등을 상세하게 확인하거나, 제품의 상품평을 직접 확인하고 구입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이미 2017년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던 체크슈머는 점차 그 움직임이 두드러져 오는 2020년에는 각 유통업계에서도 이들의 영향력을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계속해서 커질 전망이다.
체크슈머의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이는 곧 소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판매자들 역시 거짓 정보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거나 의도적으로 높은 가격을 받는 등의 비양심적인 행위를 하기 어려워지며, 동시에 건강한 유통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스마트폰 앱들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했다. 버드뷰가 운영하는 화장품 정보 플랫폼 '화해'는 화장품 제품들의 성분과 리뷰, 랭킹 등을 분석하는 앱으로 체크슈머의 마음을 저격했다.
그 결과, 화해는 2016년 9월 서비스 시작 이후 463만 건 이상의 사용자 리뷰를 기록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화해뿐만 아니라 식품 주의 성분을 확인할 수 있는 앱도 등장했다. 앱 '엄마의 선택(엄선)'이 그 주인공이다. 앱 엄선은 제품마다 A~E로 영양성분을 분석해 등급을 매기며, ▲무첨가 ▲안전해요 ▲유의하세요 ▲성분 미표기 등으로 식품첨가물 등급을 나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생물체의 영양에 가장 중요한 '탄단지(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율과 당, 나트륨, 열량 등을 분석해 보기 좋게 나타내 좋은 것만 먹고 싶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저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쇼핑몰 하단에 자리잡고 있는 '구매 후기' 등도 체크슈머의 빠질 수 없는 체크 포인트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할 경우 원했던 상품의 질과 실제는 그 간극이 크며, 실제로도 그에 따른 불만도 다수 경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소비자들은 구매로 이어지기 전 조금 더 꼼꼼하고 까다롭게 고민하고 구매 후기 등을 확인한 이후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도 발 빠르게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대응하고 있다.
2019년 뷰티 업계의 화두는 '필(必) 환경'이었다. 이러한 열풍을 시작으로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 유해 물질 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소비자들은 '클린 뷰티'를 새롭게 좇고 있다.
클린 뷰티란 안전한 성분으로 구성된 화장품을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그 개념이 공정 무역을 통해 수급된 원료나 동물성 원료 사용을 배제하는 비건 화장품 등으로 그 뜻이 확대됐다. 이같은 화장품 소비 패턴에 따라 자연에서 유래한 성분으로 만든 제품 역시 인기를 얻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랄라블라에 따르면 2019년 1월~10월 자연유래 성분이 함유된 제품의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3.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랄라블라는 여러 유해환경 속 피부보호를 위한 트렌드에 맞춰 유해한 각종 화학성분 대신 자극적이지 않고, 효능이 좋은 자연유래 추출물이 함유된 제품에 대한 신뢰가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패션업계에서도 필환경 트렌드는 여전히 뜨겁다. 플라스틱, 폐직물 등에서 얻은 리사이클링 원단을 사용한 친환경 제품들을 속속들이 선보이며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노스페이스는 플라스틱병을 재활용한 원단을 적용한 '에코 플리스 컬렉션'을 출시했다. 노스페이스는 에코 플리스 컬렉션을 통해 500ml 페트병 약 370만 개를 재활용했고, 친환경 가공 공정을 통해 에너지 자원을 절약하는 한편 온실가스 배출도 대폭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