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인 가구 등 다인가구가 주요 가족유형이었던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1~2인가구 등 가구 수가 단출해지고 있다. 더불어 바쁜 라이프 스타일로 인해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까지 더해지며 김장보다는 '포장 김치'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대상이 종가집 블로그를 통해 주부 3115명을 대상으로 한 '김장 계획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4.9%는 올해는 김장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특히 김장 계획이 없는 주부들 중 김장 대신 포장 김치를 구매하겠다는 답변은 58%로, 38%였던 2016년 대비 20%p 가량 상승하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5060 세대의 포장 김치에 대한 인식 변화다. 50대 이상 김포족(김장 포기 족) 중 '포장 김치를 이용하겠다'는 응답자는 76%로, 지난 2018년(61%)에 비해 15%p 증가했다. 이는 과거 포장 김치 구매를 꺼리던 50대 이상의 주부들 또한 거부감이 줄어들고 고된 노동 대신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식 전환을 엿볼 수 있는 답변으로 풀이된다.
김포족 증가에 포장 김치 시장 규모 또한 자연스레 커지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 2019년 11월 발간한 '2019년 배추김치 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국내 전체 김치 시장 규모는 1조 4473억 원으로, 2017년 1조 3220억 원보다 약 10%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김치 시장은 본래 외식이나 급식 업체에서 구매하는 B2B 시장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오프라인 소매 채널 및 온라인 판매 수요 또한 늘어나고 있다. 오프라인 소매 채널과 온라인 판매의 수요가 곧 소비자들의 포장 김치 수요를 알 수 있는 지표인 만큼 그 증가세에 주목할 만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김치 매출 규모는 지난 2014년 1412억 원에서 지난해 2526억 원으로 5년 사이 79% 성장했다.
그렇다면 김포족이 증가하고 있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첫 번째 이유는 원재료값의 상승이다. 2010년 이후 배추 등 김장을 위한 재료값은 매년 상승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배추의 가격을 살펴볼 수 있다. 과거 1kg에 300원에 불과하던 배추값은 2000원까지 오르며 '금추'나 '다이아몬드추' 등 웃지 못할 별명까지 만들어내곤 했다.
실제로 2017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배추 20포기의 김장 비용은 ▲전통시장 22만 4160원 ▲대형마트 24만 5340원으로 조사됐다.
물론 포장 김치의 경우 직접 담그는 것보다 비싸지만,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노동력까지 포함할 경우 포장 김치의 체감 가격이 저렴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렇듯 비싼 재료값으로 인해 포장 김치를 구매하던 이들이 다시 번거롭게 김장을 하는 일은 드물 것이라는 추측이다.
더불어 1인가구의 증가와 함께 젊은 가구의 수요가 증가하며 김장을 하기에 어려운 여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자연스레 집에서 하는 김장을 포기하는 세대가 늘어나는 것이다.
가장 주된 배경으로는 역시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과거에는 알뜰히 절약하는 것이 대세였지만, 최근 소비자들은 자신의 삶의 질 상승을 위해서는 지갑을 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장의 고된 노동력을 감안하는 것보다는 간편히 구매하는 것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대상의 설문조사 결과, 김장 경험이 있는 주부 중 75.1%는 '고된 노동과 김장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자연스레 김장을 하는 것보다 포장 김치를 사먹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포장 김치 시장의 증가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장 김치 판매는 소량 위주에서 점차 대량으로 커지는 추세며, 각 업계에서도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다양한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포장 김치 1위를 달리고 있는 '대상'과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CJ제일제당'의 싸움으로 다양한 마케팅까지 더해질 예정이다. 대상의 '종가집 김치'는 김치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며 국내 포장 김치 시장을 견인해왔다. 특화된 기술과 오랜 연구개발로 인해 차별화에 성공 후 긴 시간 동안 1위의 자리를 지킬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의 '하선정 김치'를 시작으로 '비비고 김치'까지 선보이며 대상의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김치를 구매할 시 제품을 추가로 증정하는 '1+1' 등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인 결과, 2019년 9월에는 대상과의 시장점유율 차이를 2.6%p 줄였다.
이렇듯 각사의 1위를 두고 벌이는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가격적인 면과 질적인 면에서 승부수를 두는 마케팅이 에상돼 포장 김치의 수요 또한 나날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일리팝=이지원 기자)